12. 내가 읽은 좋은 시

박현덕//눈 내린 날 , 소쇄원에서

월정月靜 강대실 2007. 12. 8. 09:49

= 계간 <시조시학> 가을호


 

  눈 내린 날 , 소쇄원에서

                          

                                          박현덕



 밤 깊자 단소 분다 오므라졌던 꽃들이 피고 긴 바람과 불빛 따라 독백이 시작된다 고목도 혼 빠져나간 아우성을 듣는 밤.



 뒤란의 대숲에선 가계(家系)를 들춰보듯 푸른 붓이 하늘에 해서체로 편지 쓴다. 제월당, 곪은 상처 위로 붕대 칭칭 감았다.



 눈 나린다 우물가 쌀 문지르는 소리처럼, 한 사람이 다른 사람 향한 숨결이 느껴지는 밤 여든의 어머니가 찾아와 고봉밥을 퍼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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