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좋은 시

[스크랩] 봄비/이수복

월정月靜 강대실 2007. 3. 24.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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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복 : 시 <봄비>
번호 : 52   글쓴이 : 덕산방
조회 : 65   스크랩 : 0   날짜 : 2007.02.08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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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비>

【시 전문】- 이수복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것다.


푸르른 보리밭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어라고 지껄이것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글어질 고운 꽃밭 속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香煙)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랭이 타오르것다.

                 - [현대문학](1955)-

【해설】

  이수복의 시는 '전통적인 정한(情恨)'을 특유의 반짝이는 감성(感性)으로 승화시킴으로써, 김소월의 전통시의 맥을 잇고 있다. 이 시는 토속적인 시어를 구사하여 향토적인 정감을 자연스럽게 느끼도록 한 작품이다. 꾸밈없는 소박성과 자연스러운 미를 드러내어 차분한 안정감을 얻고 있다.

  봄은 만물이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 새로운 삶을 설계하는 약동의 계절이다. 이러한 봄을 맞이하여 시인은 싱싱하게 물오른 자연의 활기찬 모습을 전통적 율조에 맞추어 예찬하고 있다. 우리에게 친숙한 제재를 한국적 정서(情緖)로 시화(詩化)한 이 작품은 김소월과 김영랑이 재창조해 놓은 전통적 '한(恨)'의 세계와 접맥되어 있다.

【개관】

▶성격 : 낭만적, 관조적, 심미적, 상징적

▶제재 : 봄비

▶심상 : 시각적 심상이 주조

▶운율 : 3음보의 율격, 두운과 각운, 7ㆍ5조의 음수율

▶표현 : 봄비로 촉발되는 내면 풍경을 생동감 있게 묘사함.

▶어조 : 봄비가 그치면 만물이 약동할 것을 기대하는 희망적인 어조

▶시상 전개 : '내 마음 강나루'에서 시작하여 '보리밭길, 꽃밭, 들판' 등으로 시야가 확대되면서 애상적 정서가 승화됨.

▶주제 : 봄의 애상적 정서 - 주제 자체가 이중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며, 우리 민족의 보편적이고 고유한 정서인 한과 애수를 점층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주제의 이중적 의미】

(1) 생명의 이미지 : 푸른 강둑, 노래하는 종달새, 다투어 피는 꽃, 짝하여 선 처녀

(2) 애상적 이미지 : 서러운 풀빛, 향연

【어구 풀이】

<1ㆍ3연의 제1행> : 느린 호흡의 효과

<강나루> : 이별의 상징

<서러운> : 감정이입

<향연> : 승천하는 임의 영혼

<아지랭이> 아지랑이. 겨울에서 봄으로

【표현상의 특징】

▶7ㆍ5조의 음수율을 기조로 한 민요조의 시

▶전통적인 한과 비애의 정서가 어린 작품

▶봄의 애상적 정서를 관조적 태도와 친화적 자세로 노래

【내용 풀이】

▶제1연 : 대지 위에 봄을 재촉하기라도 하는 듯한 이 봄비가 오고 나서 그치면, 내 마음은 마치 강나룻가 긴 언덕에 파랗게 돋아오르는 풀들과 같이 희망에 부풀어 파릇파릇하여지겠다.

▶제2연 : 이 봄비가 그치면, 푸른 보리밭 길 위에 있는 깨끗하고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떠 무엇이라고 지껄이겠다.

▶제3연 : 이 봄비가 그치면 서로 경쟁하여 예쁘게 피는 꽃밭 속에서 꽃구경을 나온 어여쁜 처녀애들이 서로 서로 짝지어 새롭게 서고.

▶제4연 : 옛 애인이 피워놓아 임의 무덤 앞에 타오르는 본향의 가느다란 연기와 같이, 봄을 맞는 땅에서는 아지랑이가 타오르겠다.

【구성】- 점층적 구성

▶기 : 풀빛이 짙어 올 강 언덕(제1연)

▶승 : 푸르른 보리밭길 종달새(제2연)

▶전 : 처녀애들 짝하여 설 꽃밭(제3연)

▶결 : 아지랑이 타오를 땅(제4연)

【감상】

  이수복의 시는 일반적으로 섬세한 감성과 한국적인 정감을 한의 미학으로 승화시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그의 시는 자연에 대한 관조적, 친화적 태도를 전통적 율조에 의탁하여 깔끔하게 형상화하고 있어서 전통시의 장점을 훌륭히 소화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 시는 곧 다가올 봄을 예상하며 겨울의 긴 잠에서 깨어나 약동할 자연의 충일(充溢)한 생명력을 노래한 작품이다. 시의 화자는 대지를 적시는 봄비를 바라보며 비가 그치면 강나루 긴 언덕의 풀빛이 더욱 푸르러지고 종달새가 노래하며, 처녀애들의 화사한 얼굴과 꽃이 서로의 아름다움을 다툴 것이라는 즐거운 공상에 잠긴다. 말하자면, 화자가 그리는 강나루 언덕, 보리밭의 종달새, 꽃밭과 처녀애는 실재하는 대상이라기보다 화자의 마음 속에 있는 것, 즉 관념화된 대상일 뿐이다. 이것은 임과 이별한 화자가 겨우내 고통스러워했음을 암시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풀빛이 서럽게 여겨지고 보리밭에는 종달새만 외로이 날고 있는 것으로 그려진다. 이 시가 봄의 생명력을 노래하면서도 전통적 애상의 정서를 느끼게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시에서 봄의 봄다움이 가장 선명하게 묘사된 곳은 제3연이다. 봄비가 그치면 다투어 필 온갖 꽃의 화사함과 역동성이 시 전체를 지배하는 감상성을 극복시켜 주고 있기 때문이다. '벙글어질'이란 시어는 곧 피어날  꽃의 다양한 모습과 처녀애들의 무르익은 육체를 동시에 연상시키는 효과를 자아낸다. 이것을 공감각적인 표현이라 보기는 어렵더라도 꽃과 꽃으로 상징되는 처녀애들을 '시새워 벙글어질'이란 구절로 결합시킨 솜씨는 매우 뛰어난 것으로 보인다.

  제1연은 고려조의 뛰어난 시인 정지상의 <송인(送人)>의 첫 구절을 연상케 한다. 참고로 <송인(送人)>의 전문(全文)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雨歇長堤草色多            비 갠 긴 언덕 위 풀빛 푸른데,

送君南浦動悲歌            남포로 임 보내는 구슬픈 노래.

大同江水何時盡            대동강 물이야 언제 마르리.

別淚年年添綠波            해마다 이별 눈물 보태는 것을.


  이 시는 봄비 내리는 날의 애상적 정서를 7ㆍ5조의 음수율과 3음보격의 민요조로 표현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이수복의 시는 섬세한 감성과 한국적인 정감을 한의 미학으로 승화시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그의 시는 자연에 대한 관조적, 친화적 태도를 전통적 율조에 의탁하여 형상화함으로써 전통 서정시의 장점을 고루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시적 화자는 신선하고 생동감 넘치는 시어와 '강나루' → '보리밭길' → '꽃밭' → '들판'으로 시선을 확대시키는 방법을 통해 봄의 생명력을 노래하는 한편, 으레 그러리라고 짐작되는 것을 다짐하여 말할 때 쓰는 '것다'라는 종결 어미를 반복함으로써 임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을 전달하고 있다. 이 시가 봄의 생명력을 예찬하는 작품이면서도 전통적 애상의 정서를 느끼게 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이다.

  봄은 화자에게 결코 즐거운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그의 마음속에 숨어 있던 임에 대한 그리움을 다시 일깨워 줌으로써 봄비 그친 뒤 강 언덕에 짙푸르게 솟아날 풀잎 같은 서러움을 맛볼 계기가 되는 것이다. 마침내 4연에서는 봄의 상징물인 아지랑이를 '임 앞에 타오르는 / 향연'으로 표현함으로써 화자가 서러움을 느끼는 이유, 즉 임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밝혀 주고 있다. 그러나 화자는 봄의 건강하고 밝은 이미지를 통해 임에 대한 그리움을 극복함으로써 절망적인 분위기로 나아가는 것을 스스로 차단하고 있다.


  이 시는 시 자체는 단순히 봄비가 오고 난 뒤의 맑고 애틋한 서정을 노래하였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봄의 새 기분, 새 희망, 새 감정 같은 것을 여리게 잘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마지막 제4연에 나오는 ‘임’은 일반적인 의미의 임인 것만은 아니라고 해석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한다. 물론 그 까닭을 이 시의 표현 가운데서 찾을 근거는 뚜렷이 없다. 그러나 이 시가 전체적으로 애틋한 느낌을 주고 있는 점을 생각한다면, 이와 같은 내용의 ‘임’으로 해석하여 애국용사의 무덤이나 제단 앞에 향을 피우는 미망인의 임이라고 해석함이 좋지 않을까 한다. (김현승: <한국 현대시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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