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좋은 시/한강 시

31 한강 시/ 피 흐르는 눈 3 ​

월정月靜 강대실 2024. 10. 20. 14:00

31. 피 흐르는 눈 3 


허락된다면 고통에 대해서 말하고 싶어

초여름 천변
흔들리는 커다란 버드나무를 올려다보면서
그 영혼의 주파수에 맞출
내 영혼이 부서졌다는 걸 깨달았던 순간에 대하여​

(정말) 허락된다면 묻고 싶어​

그렇게 부서지고도
나는 살아 있고

살갗이 부드럽고
이가 희고
아직 머리털이 검고​

차가운 타일 바닥에
무릎을 끓고

믿지 않는 신을 생각할 때
살려줘, 란 말이 어슴푸레 빛난 이유

눈에서 흐른 끈끈한 건
어떻게 피가 아니라 물이었는지

부서진 입술

어둠 속의 혀​

(아직) 캄캄하게 부푼 허파로​

더 묻고 싶어

허락된다면,
(정말)
허락되지 않는다면,
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