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좋은 시/한강 시

29. 한강 시/ 피 흐르는 눈 ​

월정月靜 강대실 2024. 10. 20. 13:59

29. 피 흐르는 눈 


나는 피 흐르는 눈을 가졌어.

그밖에 뭘 가져보았는지는
이제 잊었어.

달콤한 것은 없어.
씁쓸한 것도 없어.
부드러운 것,
맥박치는 것,
가만히 심장을 문지르는 것

무심코 잊었어, 어쩌다
더 갈 길 없어.

모든 것이 붉게 보이진 않아, 다만
모든 잠잠한 것을 믿지 않아, 신음은
생략하기로 해

난막(卵膜)처럼 얇은 눈꺼풀로
눈을 덮고 쉴 때

그때 내 뺨을 사랑하지 않아.
입술을, 얼룩진 인증을 사랑하지 않아.

나는 피 흐르는 눈을 가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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