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율*당산할아범/ 월정 강대실
원율 서쪽 어귀 귀기 띤 당산할아범
우람한 풍채에다 언제부터인가
할망이듯 흔연히 돌 하나 품고 산다
칠야 캄캄한 밤 보쌈에 걸려 왔는지
빗길에 잠깐 쉬어 가자며 든 것인지
팔 척 장신 멀쑥한 허우대에
다가가도 내외하지 안 했을 듯한
긴긴날 소 닭처럼 물끄럼말끄럼 바라보다
동한 마음, 날마다 품을 넓혀 가
아픔 삼키며 제 살로 끌어안고는
그예, 연리지락 누리게 되었으리라
동네 사람들 들면날면 그냥 안 보고는
온 동네가 한마음 한뜻이라야
당산할아범 진노 안 하신단 생각이 들었는지
물 한 바가지도 나누자 하고
정월 대보름날 다짐으로 올리는 동신제,
마을 수호신으로 섬긴다.
* 원율: 전남 담양군 금성면 원율리를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