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점상 할머니/ 월정 강대실
모처럼 만난 손님 접대랍시고
분위기 찾아 메뉴 골라 소문난 맛집에 가서
낯을 다한 점심을 들고 오는 길목
일찍이 혈육 하나에 청상이 된 할머니
오늘도 올빼미 눈 같은 감시 카메라를 피해
정류소 옆 길섶에 골판지 깔았다
금방 기어 날아갈 듯 한 푸성귀 몇 가지
검은 봉다리 봉다리 벌려 놓고
오가는 발걸음 바라보는 눈길이 짠하다
늙수레한 한 여자 주섬주섬 골라 들고는
겸연스레 내미는 배춧잎 한 장
지나가는 내 얼굴 뚫어져라 쏘아보더니
바람 찬 허리춤에 온정으로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