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보백보다/ 월정 강대실
틈이 보인다 싶으면
물 본 기러기처럼 네 활개치는 몰골
눈에 든 가시 같고 껄끄럽지만
마음 다잡으며 재갈 물고 버티다
마침내는 빈집 마구 뚫린 창구멍 되어
끝도 갓도 없이 띄워 보내는 오만 소리에
도가니 속 쇳물같이 끓어오르는 밸을 삭히지 못해
맞대고 사자후 토하고 나면
묵은 체증이 뚫린 듯 후련하다 말고
한량없이 낯간지러워
온종일 고개를 제대로 못 들고
회한의 속앓이 앓는 나에게
‘에-끼 이 ..., 오십보백보다!’
아버지 귀를 찢는 날벼락 소리
홍당무처럼 달아오르는 낯바닥.
초2-8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