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좋은 시48
남해 금산/이성복
한 여자 돌 속에 묻혀 있었네
그 여자 사랑에 나도 돌 속에 들어갔네
어느 여름 비 많이 오고
그 여자 울면서 돌 속에서 떠나갔네
떠나가는 그 여자 해와 달이 끌어 주었네
남해 금산 푸른 하늘가에 나 혼자 있네
남해 금산 푸른 바닷물 속에 나 혼자 잠기네
작자의 두 번째 시집인 『남해금산』은 서사구조를 가진 시집으로, 치욕스런 삶을 사는 아들이 어머니의 사랑을 깨달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 시집에서 작자가 말하는 치욕의 의미를 분명히 알 수는 없지만, 다음의 시를 보면 그 불분명한 치욕의 정황이 어렴풋이 드러난다. ‘그리고 다시 안개가 내렸다 이곳에 입에 담지 못할 일이 있었다 사람들은 말을 하는 대신 무릎으로 기어 먼 길을 갔다 (중략) 가담하지 않아도 창피한 일이 있었어! 그때부터 사람이 사람을 만나 개울음 소리를 질렀다//그리고 다시 안개는 사람들을 안방으로 몰아넣었다 소곤소곤 그들은 이야기했다(중략)//아, 이곳에 오래 입에 담지 못할 일이 있었다......’(「그리고 다시 안개가 내렸다」에서). 이 시를 통해 볼 때 ‘치욕의 사건’은 집단이 공유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지만, 그 내용은 ‘입에 담지 못할 일’이라고 할 뿐, 구체적으로 언급되어 있지 않다. 이와 같은 치욕의 흔적은 「치욕에 대하여」,「자주 조상들은 울고 있었다」,「아득한 것이 빗방울로」,「 치욕의 끝」,「오래 고통받는 사람은」 등에도 잘 드러나 있다.
이러한 치욕의 상황을 극복하게 해 주는 것은 모성이다. 작자는 모성을 통해 치욕과 고통으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삶으로 들어서게 된다. ‘사랑하는 어머니/당신의 이름을 힘겹게 부를 때마다/임종의 괴로움을 홀로 누리시는 어머니,//불러 주소서/그 눈짓, 그 음성으로/죄의 한 아이를......’(「성모성월(聖母聖月) 1」에서). 이 시에서 작자는 모성의 전형인 성모마리아를 향해 죄인인 자신을 사랑으로 불러 달라고 기도한다. 치욕과 고통의 삶이 모성을 통해 구원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모성과의 합일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지향하고자 하는 작자의 의식이 잘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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