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좋은 시12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백 석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 밤은 눈이 푹푹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하고
눈은 푹푹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앉아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눈이 푹푹 쌓이는 밤
나타샤와 나는 흰당나귀 를 타고 산골로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리없다
아니 벌써 내속에 고조곤히
와 얘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같은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이 시는 제목에서부터 이국 정취를 풍기고 있어서 백석의 시로서는 다소 이질감을 느끼게 한다. 기행체험의 시에 해당하지는 않더라도 그간 지나칠 정도로 강한 집착을 보여 왔던 우리의 토속적 세계에서
벗어나 현실 도피적인 유랑 의식과 모더니즘 시풍을 보여 주는 작품으로 후기시에 속한다.
우선 화자인 ‘나’의 처지가 가난하고 쓸쓸한 것으로 제시되어 있다.
그런 화자는 ‘나타샤’를 사랑하지만,현실 세계에서 그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화자는 현실을 떠나 깊은 산골로 가기를 원하고있다.
그러한 현실 도피를 일러 화자는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라고 하면서,
자신의 행위가 현실에 패배하는 것이 아니라, 더러운 현실을 능동적으로 버리는 행위임을 애써 강조하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러한 화자의 인식에서부터
시대적 아픔과 고민을 애써 외면하려 하는 시인의 의식의 일단을 엿볼 수 있다.
비록 치열한 현실 인식이 나타나 있지 않아 아쉬움을 주지만,
인간 모두의 마음 속에 근원적으로 내재해 있는 사랑에의 환상적인 꿈이 아름답게 그려져 있어 서정시의 한 진경을 보여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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