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좋은 시5
낙화/이형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이 시는 꽃이 떨어지는 현상을 인생의 문제와 연결한 작품입니다. 꽃이 떨어지는 현상 그 자체는 존재의 소멸을 의미하는 슬픈 일이지요. 그러나 꽃이 떨어지고 나야 여름에 녹음이 무성해지고 가을에 열매도 맺히기 때문에, 낙화는 더 큰 결실을 위해 요구되는 슬프지만 의미있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어요. 이를 인생의 문제에 적용해 보면 청춘의 소멸이나 결별에 대한 새로운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낙화와 같은 결별은 존재의 끝이 아니라 그 존재가 성숙하기 위해 거쳐야 할 하나의 과정이 되는 것이지요. 따라서 이 시에서처럼 자연 현상인 낙화, 그리고 그와 유사한 의미를 갖는 청춘의 소멸이나 결별을 아름답다고, 또는 축복이라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내가 읽은 좋은 시 > 많이 읽히는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8. 진달래꽃//김소월 (0) | 2024.05.16 |
---|---|
7. 동천//서정주 (0) | 2024.05.16 |
4. 자화상//서정주 (2) | 2024.05.16 |
3.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 방//백 석 (0) | 2024.05.16 |
2. 서시//윤동주 (0) | 2024.05.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