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시(시화.문예지)

서은문학 제4호(베매기솔/ 내가 좋아하는 여자)

월정月靜 강대실 2018. 12. 17. 10:44

*게재 문예지

         서은문학

          2018년 12월15일발행 (2018년 제4호)

        시 207~209쪽


베매기솔

 

한 이불 속 형제들 다 딴 솥 걸고

어머니 그만 노을 따라 가시자

막냇동생 외로이 삭망 지키던 고향집

 

몽매간에도 아른대는 부모님 뒷모습,

헛간 서까래 밑 시르죽한 널 만났지 용케

어머니 베 맬 때는 꼭 나와서 도와주던

 

아랫데미 쌀님이 누님 방직공장 가고

아버지 대목 장날 설빔을 사오시더니

언젠가부터 눈에서 멀어진

 

눈물로 바구리 장사 따라간 봉팔이처럼

빡빡이 네가 궁금할 때는, 본향

앞 냇가 갈밭을 서성이기도 하였으나

그믐밤만큼 까맣게 잊고만 살아 왔지

 

지금은 바디 삼칼과 함께 문방 한편에

초례청 신부처럼 옹그리고 앉아

갈수록 가망 없는 일 기다리고 있는

 

너와 눈이 마주칠 때면

불쑥, 딱지 치던 친구도 보고 싶어지지.

 

 

 

내가 좋아하는 여자

 

툭툭 털고 한번쯤 나그네 되자던

아내와의 약속 미뤄질수록

점점 마음보다 더 긴 하루하루

오늘도 첫새벽부터 종종걸음 치다

옆에 앉더니 깜빡 잠에 빠진

짠한 눈빛으로 얼굴 한 겹 덮어 주다

망연히 창밖 먼 산 바라보노라면

눈앞에 어룽거리는

만나고 헤어진 많은 사람들 잔영 위로

연화처럼 봉긋이 피어오르는

천둥소리 나면 지레 놀라 문 잠그고

꽃무늬 몸뻬 바지가 좋아 즐겨 입고

가난한 내 시 봐주다가는

어느덧, 눈에 핑 도는 눈물 애써 감추는

쑥맥 같은 아내 얼굴

나는 그 물내 나는 여자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