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재 문예지
금당문학
2005년 9월 30일 창간
2018년 11월 7일 통권제 13호 발행
시 10, 11쪽
대숲을 바라보며
자꾸만 달라붙는 보푸라기 같은 생각들,
마음도 바람개비처럼 가만히 못 있어
창밖 산자드락 대숲에 눈 돌린다
대숲을 바라보노라면 잔잔한 내안에
수다식구 삼시 세끼 녹녹치 않음에도
항상 마당 가득히 햇볕 불러다 놓고
동네 어귀 왕대밭 사들였던
학자금 캐어 낼 생금밭 일구자며
틈만 나면 검은콩 같은 자식들 앞세우고 나가
이르신 말씀 푸르른 꿈 심어주고
울울창창히 대밭 가꾸었던
물아래 죽물꾼들 찾아오면
어서 가 일해서 본때 있게 살아 보자며
생대 한 짐씩 외상으로 밀어주고는
뒷장 날 죽물전에 들러 함께 허기 달랬던
고향 마을 안 고샅 큰 어르신
소래기 같은 크고 너른 뜻 보인다
대처럼 사셨던 생애 새록새록 떠오른다.
한 친구 아버지
서낭당 고개 너머
나무들 쑥부쟁이랑 터 잡고 사는 마을
한 친구 아버지 흙집 지어 이사 오셨다.
새파란 까까머리가 첫인사 드린 후
뵐 적마다, 고향 집 안부에다
은행알처럼 알진 우의 신신당부하셨던
향리 아래뜸 월천리 초입
아버지 거둥길 같이 열어 드리자는 급보에
들메끈 조여 매고 시벌떡 달려간
동네 모퉁이 지나가면서도 못 가 보고
두 눈이 보진 못했어도 실존하여
어느 누구도 아니 갈 수 없는
흰 꽃이 피고 흰 나비가 날고
돌아올 수 없는 길 내고 가야만 한다는
멀고도 가까운 나라의 적멸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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