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시(시화.문예지)

금당문학 창간호(대숲을 바라보며/ 한 친구 아버지)

월정月靜 강대실 2018. 11. 26. 09:36


*게재 문예지

         금당문학

          2005년 9월 30일 창간

        2018년 11월 7일 통권제 13호 발행 

        시 10, 11쪽




 

대숲을 바라보며

 

자꾸만 달라붙는 보푸라기 같은 생각들,

마음도 바람개비처럼 가만히 못 있어

창밖 산자드락 대숲에 눈 돌린다

 

대숲을 바라보노라면 잔잔한 내안에

수다식구 삼시 세끼 녹녹치 않음에도

항상 마당 가득히 햇볕 불러다 놓고

동네 어귀 왕대밭 사들였던

 

학자금 캐어 낼 생금밭 일구자며

틈만 나면 검은콩 같은 자식들 앞세우고 나가

이르신 말씀 푸르른 꿈 심어주고

울울창창히 대밭 가꾸었던

 

물아래 죽물꾼들 찾아오면

어서 가 일해서 본때 있게 살아 보자며

생대 한 짐씩 외상으로 밀어주고는

뒷장 날 죽물전에 들러 함께 허기 달랬던

 

고향 마을 안 고큰 어르

소래기 같은 크고 너른 뜻 보인다

대처럼 사셨던 생애 새록새록 떠오른다.

 

 

 

 

 

한 친구 아버지

 

서낭당 고개 너머

나무들 쑥부쟁이랑 터 잡고 사는 마을

한 친구 아버지 흙집 지어 이사 오셨다.

 

새파란 까까머리가 첫인사 드린 후

뵐 적마다, 고향 집 안부에다

은행알처럼 알진 우의 신신당부하셨던

 

향리 아래뜸 월천리 초입

아버지 거둥길 같이 열어 드리자는 급보에

들메끈 조여 매고 시벌떡 달려간

 

동네 모퉁이 지나가면서도 못 가 보고

두 눈이 보진 못했어도 실존하여

어느 누구도 아니 갈 수 없는

 

흰 꽃이 피고 흰 나비가 날고

돌아올 수 없는 길 내고 가야만 한다는

멀고도 가까운 나라의 적멸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