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시(시화.문예지)

모던포엠 181호(상흔/ 덕실마을 채씨0

월정月靜 강대실 2018. 10. 4. 09:21


*게재 문예지

         월간 모던포엠 

        2018년 10월호 통권제 181호 

        2018년 10월 1일 발행

        시 94, 95쪽



상흔

 

왠지 일상이 휘청거릴라치면

손이며 발 온몸 여기저기

혼돈의 바다 헤엄쳐 나가다 얻은

크고 작은 상흔 눈여겨본다

 

어둠의 냉대와 질시의 눈총 속

애오라지 이루어 내겠다는 일념에

순리와 정심의 기치 치세우고 달리다

독 묻은 발톱에 마구 할퀸

 

내 생존의 가열한 길이요

식솔들 따뜻한 밥이요, 크게는

경제 대국을 이룬 한 장 벽돌이 된

 

덧없이, 방턱 위 부적처럼 퇴색 되어 가지만

세월의 칼날도 도려낼 수 없는

존재의 아픔을 초극한 승리의 징표

 

훈장인 양 하나하나를 매만지노라면

사생 결투의 뜨거운 순간들이

시간 밖으로 뚜벅뚜벅 걸어 나와

채 아물지 않은 통증으로 욱신거린다.

 

 

 

덕실마을 채씨

 

진눈깨비 때리는 동짓달

허접한 살림살이 주섬주섬 챙겨 싣고

논두렁길 박차고 떠난 덕실마을 채씨

 

산처럼 치닫고 물처럼 휘감기며

부자 동네에다 아파트도 장만하고

새끼들이랑 옥작옥작 살더니만

 

어쩌다 중간에 잘못 생각하여

숫되고 세상모른 자식들 백일몽에 젖어

일일년년 뒤통수만 바라보자니

삶이 한 곡조 노래보다 서글픈데

 

어느덧 짓눌러 오는 세월의 무게

질화로 속 온기처럼 그리워지는 가난

절름절름 망초꽃 같은 백발 머리에 이고

노을 든 한강에 씻는 바람 한 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