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의 시

나를 생각는다

월정月靜 강대실 2023. 1. 24. 14:35

(사진: 인터넷 이미지)

 

나를 생각는다 / 月靜 강 대 실
  

 

목숨 같은 땅 차마 못 놓아서  
당산거리 우뚝한 귀목나무 바라보며 
황우처럼 앞뒤 골짜기 다랑논 부쳐 
외수없이 열두 식구 삼세 끼 챙기셨다

금연은 말할 것 없고, 어쩌다 드신
딱 한 잔 술을 천명처럼 지키고 
부민들 앞에서는 늘 길라잡이셨다   
문득 돌아보니 몹쓸 병마 숨어들어 
예순여섯에 세상 옷 벗은 아버지 생각다 

불현듯 생각는다 이 몹쓸 나를 
일찍이 처자를 잡답으로 몰고 나와 
갖은 넌더리 속 허덕이게 한 
서툴게 세상을 물레질하다 실기해 
망망대해의 큰 꿈 심어주지 못한 
한낮이 갔어도 물러앉아 길을 주는 

산이 못 되고 소아의 집착에 사는, 하여 
서둘러 내 마지막 길 찾아야 할 나를.

'1. 오늘의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작골의 새날  (0) 2023.01.28
말바우시장  (0) 2023.01.28
새해 기도  (0) 2023.01.24
새해 기도  (0) 2023.01.23
자작골 편지  (0) 2023.0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