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생각는다 / 月靜 강 대 실
목숨 같은 땅 차마 못 놓아서
당산거리 우뚝한 귀목나무 바라보며
황우처럼 앞뒤 골짜기 다랑논 부쳐
외수없이 열두 식구 삼세 끼 챙기셨다
금연은 말할 것 없고, 어쩌다 드신
딱 한 잔 술을 천명처럼 지키고
부민들 앞에서는 늘 길라잡이셨다
문득 돌아보니 몹쓸 병마 숨어들어
예순여섯에 세상 옷 벗은 아버지 생각다
불현듯 생각는다 이 몹쓸 나를
일찍이 처자를 잡답으로 몰고 나와
갖은 넌더리 속 허덕이게 한
서툴게 세상을 물레질하다 실기해
망망대해의 큰 꿈 심어주지 못한
한낮이 갔어도 물러앉아 길을 주는
산이 못 되고 소아의 집착에 사는, 하여
서둘러 내 마지막 길 찾아야 할 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