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산책

나는 이런 시가 좋다-김종해

월정月靜 강대실 2009. 1. 20.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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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런 시가 좋다.

아침에 짤막한 시 한 줄을 읽었는데, 하루종일 방 안에 그 향기가 남아 있는 시.

사람의 온기가 담겨 있는 따뜻한 시.

영혼의 갈증을 축여주는 생수 같은 시.

눈물이나 이슬이 묻어 있는 듯한, 물기 있는 서정시를 나는 좋아한다.

때로는 핍박받는 자의 숨소리, 때로는 칼날 같은 목소리,

노동의 새벽이 들어 있는 시를 나는 좋아한다.

고통스러운 삶의 한철을 지내는 동안 떫은 물 다 빠지고 시인의 마음 안에서 열매처럼 익은 시.

너무 압축 되고 함축 되다가 옆구리가 터진 시.

그래서 엉뚱하고 다양한 의미로 보이기까지 하는 선시(禪詩) 같은 시.

뿌리와 줄기도 각기 다르고, 빛깔과 향기도 다르지만,

최상의 성취를 꽃으로 빚어내는 하느님의 시.

삶의 일상에서는 말 한 마디 하지 않고 있다가  

세상사의 중심을 시로써만 짚어내는 시인의 시.

시로써 사람을 느끼며, 그래서 사람으로 태어난 것을 자랑하고 싶은 시.

울림이 있는 시, 향기 있는 시.

나는 이런 시가 정말 좋다.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 이천팔년 창간호/ 나의 시론 /김종해 시인 /나는 이런 시가 좋다/에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