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좋은 시/한강 시

23. 한강 시/새벽에 들은 노래

월정月靜 강대실 2024. 10. 20. 13:55

23. 새벽에 들은 노래 / 한강


봄빛과

번지는 어둠

틈으로

반쯤 죽은 넋

얼비쳐

나는 입술을 다문다

봄은 봄

숨은 숨

넋은 넋

나는 입술을 다문다

어디까지 번져가는 거야?

어디까지 스며드는 거야?

기다려봐야지

틈이 닫히면 입술을 열어야지

혀가 녹으면

입술을 열어야지

혀가 녹으면

입술을 열어야지

다시는

이제 다시는


한강, 「새벽에 들은 노래」,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