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좋은 시/한강 시

16. 한강 시//어깨 뼈

월정月靜 강대실 2024. 10. 20. 08:28

16. 어깨뼈
 
사람의 몸에서
가장 정신적인 곳이 어디냐고
누군가 물은 적이 있다
 
그때 나는
어깨라고 대답했어
 
쓸쓸한 사람은 
어깨만 보면
알 수 있잖아
 
긴장하면 딱딱하게 굳고
두려우면 움츠러들고
당당할 때면
활짝 넓어지는 게 어깨지
 
당신을 만나기 전
목덜미와 어깨 사이가
쪼개질 듯 저려올 때면
 
내 손으로
그 자리를 짚어 주무르면서
생각하곤 했어
 
이 손이
햇빛이었으면
나직한 오월의
바람소리였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