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좋은 시/한강 시

12. 한강 시//조용한 날들

월정月靜 강대실 2024. 10. 17. 03:31

12. 조용한 날들


아프다가

담 밑에서
하얀 돌을 보았다

오래 때가 묻은
손가락 두 마디만 한
아직 다 둥글어지지 않은 돌

좋겠다 너는,
생명이 없어서

아무리 들여다봐도
마주 보는 눈이 없다

어둑어둑 피 흘린 해가
네 환한 언저리를 에워싸고

나는 손을 뻗지 않았다
무엇에게도

아프다가

돌아오다가

지워지는 길 위에
쪼그려 앉았다가

손을 뻗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