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좋은 시/한강 시

5. 한강 시//파란 돌

월정月靜 강대실 2024. 10. 13. 16:12

5. 파란 돌 / 한강


  십 년 전 꿈에 본
  파란 돌
  아직 그 냇물 아래 있을까

  난 죽어 있었는데
  죽어서 봄날의 냇가를 걷고 있었는데
  아, 죽어서 좋았는데
  환했는데 솜털처럼
  가벼웠는데

  투명한 물결 아래
  희고 둥근
  조약돌들 보았지
  해맑아라,
  하나, 둘, 셋

  거기 있었네
  파르스름해 더 고요하던
  그 돌

  나도 모르게 팔 뻗어 줍고 싶었지
  그때 알았네
  그러려면 다시 살아야 한다는 것
  그때 처음 아팠네
  그러려면 다시 살아야 한다는 것

  난 눈을 떴고,
  깊은 밤이었고,
  꿈에 흘린 눈물은 아직 따뜻했네

  십 년 전 꿈에 본 파란 돌

  그동안 주운 적 있을까
  놓친 적도 있을까
  영영 잃은 적도 있을까
  새벽이면 선잠 속에 스며들던 것
  그 푸른 그림자였을까

  십 년 전 꿈에 본
  파란 돌

  그 빛나는 내(川)로
  돌아가 들여다보면
  아직 거기
  눈동자처럼 고요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