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좋은 시/한강 시

3. 한강 시// 눈물이 찾아올 때 내 몸은 텅 빈항아리가 되지

월정月靜 강대실 2024. 10. 11. 22:11

3. 눈물이 찾아올 때 내 몸은 텅 빈
항아리가 되지

거리 한가운데서 얼굴을 가리고 울어보았지
믿을 수 없었어, 아직 눈물이 남아 있었다니

눈물이 찾아올 때 내 몸은 텅 빈 항아리가 되지
선 채로 기다렸어, 그득 차오르기를

모르겠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나를 스쳐갔는지
거리 거리, 골목 골목으로 흘러갔는지

누군가 내 몸을 두드렸다면 놀랐을 거야
누군가 귀 기울였다면 놀랐을 거야
검은 물소리가 울렸을 테니까
깊은 물소리가 울렸을 테니까
둥글게
더 둥글게
파문이 번졌을 테니까

믿을 수 없었어, 아직 눈물이 남아 있었다니
알 수 없었어,더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니

거리 한가운데서 혼자 걷고 있을 때였지
그렇게 영원히 죽었어,내 가슴에서 당신은

거리 한가운데서 혼자 걷고 있을 때였지
그렇게 다시 깨어났어, 내 가슴에서 생명은


 
ㅡ 37쪽 '눈물이 찾아올 때 내 몸은
텅빈 항아리가 되지 ' 전문
 

[출처] 서랍에 저녁을 넣어두었다/한강 시집/ 내 안의 당신이 흐느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때 알았다 울부짖는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듯 짜디짠 거품 같은 눈물을 향해 괜찮아|작성자 글방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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