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여름날3/ 강대실
올여름엔 산방에서 탁족회 갖자고
여기저기 벗네 전화 받고는
장에 간 어머니 눈이 까맣게 기다리던
유년 적 기다림을 다 해 본다
읍내 마트에 들러 주섬주섬
주전부리감 갖추갖추 좀 사서
캄캄한 산모롱이 돌아 산방에 닿는다
늦었다며 등 뒤로 얼굴 내미는 산더러는
밤새 더 푸르러라 이르고
각시둠벙 불러 새 물로 남실 채우라 하고
잠에 떨어진다
첫새벽 자박자박 찾는 호반 산보길
얼굴 보자는 손짓에 잠깐 만나고 와서
여기저기 땅에 물밑에 나뒹구는
피서의 허접쓰레기에 팔렸는데
어둠을 발라먹었나
머리통이 고만고만한 꼬맹이들 한패거리
어느 틈에 둠벙을 독차지했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저 지나랴!
아침부터 안개가 중대가리를 깰 기세인데
벗님네 그림자 하나 얼씬하지 않는다.
초2-8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