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좋은 시/많이 읽히는 시

15. 빈 집//기형도

월정月靜 강대실 2024. 5. 16. 17:35

내가 읽은 좋은 시15

 

 

빈 집/기형도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 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 집에 갇혔네.

[출처]좋아하는 시 - 기형도 <빈 집>|작성자다온단열

 
 
화자는 사랑했던 순간의 대상을 하나하나 부르며 사랑했던 당시의 추억을 떠올립니다. '잘가' 반복하면서 그들과 마지막 인사를 하는데, '잘가'라는 표현 속에는 사랑의 추억이 온전하길 바라는 화자의 마음이 담겨있다고   있습니다사랑을 잃은 화자는 세상의 빛을 잃은 장님이   같아요그는 사랑의 대상을 빈집에 넣어두고 마지막 문을 닫습니다빈집은 사랑의 추억과 열망을 잃은 화자의 공허한 내면을 상징하는 공간으로여기에 사랑을 가두고 문을 닫는 장면은 슬픔을 배가시킵니다.
 
 이상 지속할  없는 불쌍한 사랑은 빈집에 갇혔습니다그리고 화자의 마음도 공허한 빈집 같습니다사랑을 잃은 화자의 외로움이 짙게 느껴집니다빈집은  시는 사랑의 상실을 노래합니다사랑으로 인해 밤은 짧았고 짧은  내내 겨울 안개처럼 창밖을 떠돌거나 촛불 아래 하얀 종이를 펼쳐놓은  망설였을 것입니다 사랑을 잃었을   모든 것은 ' 이상  것이 아니라 열망' 됐을 것입니다사실  모든 것이 사랑의 대상이었을 겁니다사랑을 보낸 집은 집이 아닙니다
 
빈집도  몸도  마음입니다잠그는 방향이 모호하긴 하지만 '문을 닫는다' 것은 ' 사랑'이라 불리는 소중한 것들을 가두는 것이고 행위는 스스로에 대한 잠김이자 감금일 것입니다사랑의 열망이 떠나버린 '' '빈집'이나 다름없고 빈집이 관을 연상케 하는 이유입니다삶에 대한 격렬한 열망이 사랑이기 때문에 사랑의 상실은 죽음을 환기하게 되는 것일까요어떤 가슴엔 시가 꽃피는  아니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