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시(시화.문예지)

담양문학 17호/ 병아리눈물꽃, 뜬소문

월정月靜 강대실 2019. 5. 23. 17:21

*게재 문예지

       담양문학  

         2018년 12월 22일 발행

         2018년 제17호

         시 46쪽~47쪽



병아리눈물꽃      

 

언젠가, 병아리눈물꽃이랑

얼굴 맞대보았나요

머리 수그리고 앉아

뚝뚝 눈물 흘려본 적 있나요

 

행여나 눈에 띌세라

숨소리라도 새어 나갈세라

바람도 눈길 보내지 않는

맨땅 끝자리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앙증스런 자태

옴실옴실 모여 앉은

얌전 자르르한 꽃

 

우리님 단아한 말씀이 듯

마음문 안 열면 볼 수 없는

참깨 알 같은 그 꽃.

 

       

뜬소문

 

돈 버는 일 그만두고 나면

이왕이면 향리 쪽에다

토막집이라도 하나 마련하여

도 쓰고 고즈넉이 살고 싶어

 

호젓한 산자드락 양지바른,

주춧돌 놓을 만한 자리 있을까 하고

아내랑 여기저기 둘러보다

안면 있는 몇몇 만났더니

 

이젠 다 망해 굽도 젖도 할 수 없어

기어 들어온다고 비아냥대고

몰래 숨어든 게 틀림없다고

수런댄단 소문 자자했었지.

 

머리털이 약쑥같이 희어지도록

호박꽃 소망 고이고이 품고

고향 하늘 부끄럼 없이 우러르며

살아 온 날 어느 누가 알기나 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