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시(시화.문예지)

별난 상념/로드킬(시학과 시 창간호)

월정月靜 강대실 2019. 3. 6. 11:49

*게재 문예지

       시학과 시 2019. 봄호. 창간호 

         발행일 2019년 3월  10일

         편집 발행인 이근모 

         작품세상/시 85, 86쪽

 

별난 상념/ 강대실

      

땅 속 중생들 밥 되겠다고

시간에 야금야금 무너지는 나무토막

하산길 질질 끌어와서일까

 

경칩을 망각한 개구리 한 마리

번뜩이는 삽날이 겁나 얼떨떨해하는데

다짜고짜 등 떠밀어내서일까

 

봄의 꽃길에 미세먼지 자욱한 것은

 

삼동을 함께하자 불러들여

갓 고갯마루 넘은 분화들 파르르 내쫓아

덜덜 떨게 해서일지 몰라

 

복 들어오라 서둘러 열어 둔 사립

줄줄이 쪽박 차고 드는 길고양이들

물렀거라 내쫓아서일지 몰라.



로드킬/ 강대실         

 

묵은세배 드리고 어둠 뚫고 가는 길

전조등에 비추인 희끄무레한 형상 하나

급브레이크로 아슬아슬 피하고 보니

로드킬로 정물이 된 길고양이

 

그냥 버려두고 와서 마음에 밟혀

원단 일깨워 다시 찾은 그 길

조심조심히 다가가자, 주검 옆 웅크리고 있다

풀덤불로 어슬어슬 꼬리 감추는

한 옷 입은 새끼 고양이 한 마리

 

냉돌 같은 밤 대답 없는 어미 팔 끌며

일어나, 위험해! 얼른 일어나!

가게, 집에 가서 편히 쉬게!

통 울음으로 고추바람 버텼을

 

길섶에 정차하여 마음속 촛불 밝히고

올 한 해 만 생명들 무사의 복 빌며

저만치 눈물 찍어 훔치는 은행나무 아래

쌓인 낙엽 헤치고 초장 지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