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시(시화.문예지)

가벼운 삶/받침목(광주문협 시분과 대표시선집)

월정月靜 강대실 2019. 3. 6. 11:41

*게재 문예지

       광주문인협회 시분과 대표시선집  

         발행일 2019년 2월  20일

         발행인 광주문협 시분과 위원회 

         시 36, 37쪽



가벼운 삶        

       

종심강 새털구름같이 한가하다 보니

주머니가 흥부 살림처럼 가벼워지네

미안쩍고도 그저 감사한 것은

큰 딸 연금이가 매달 꼬박꼬박

통장에 감쪽같이 들여놓는 효도적금

뒷산처럼 짱짱히 내 삶 받쳐주네

 

퇴계 선생 만나면 한나절이

세종대왕 모시면 하루해가 무릉도원이네.

 

속에 빈 창고 큼직이 하나 짓고 보니

마음이 경주 최부자집처럼 넉넉해지네

비로서, 심곡 진창에 달 떠올라

춤추는 꽃향기도 선연하게 보이네

쫓긴 일 없어 신발 거꾸로 안 신고

허튼 욕심 안 부려 허방에 빠지지 않네

 

장마당 나서면 눈에 든 건 다 내 것

동구 밖 거닐면 앞뒤들이 안마당이네.

     

  

받침목

       

볕내에 부끄러이 머리 내밀더니

철따라 온 들 색칠하는 풀잎

뜻도 의미도 없이 강바닥에 나동그라져

무량겁 씻기고 닳아 불심이 된 돌멩이

작은 몸짓 하나가

세상을 아름답게 떠받치나니

 

평생을 묵묵히 흙 속에 묻히어 살며

공덕으로 길러 낸 십 남매

인파 그득한 먼 바다로 내보내고

곱디곱게 노을빛 물드신

오평 할머니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