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댐 상류를 찾았다. 물 속에 숨어버렸던 고향을 고스란히 볼 수 있었다. 노루목 낙천리도, 청수리 용평도, 그리고 산과 들, 다리와 자갈길 물길까지도 그 자리에 있었다. 산짐승들도 다녀갔었다. 그러나 집이 없고 그리운 얼굴들은 볼 수 없었다. 호젖한 산 언덕 유허비에 음각으로 그 이름만 남아 있을 뿐.
반가움과 서러움에 시 한 수 읊었다.
담양호에서 돌아온 고향
반가워라 다시 본 고향 풍경
긴 세월 깊고 푸른 담양호 물의 나라에서
오롯이 침묵으로 버티다 얼굴 내민.
한 겹 한 겹 물의 퇴적을 벗고, 우연히
어머니 앙상한 가슴을 본 서글픔처럼
희무스름한 맨살 드러내 보이더니
어느새, 수몰의 악몽 딛고 망초꽃 흐드러진
왕대처럼 모여 살던 노루목 청수 용평마을*
아침저녁으로 털털대며 달리던 완행버스
뽀얀 흙먼지 일으키던 신작로
개헤엄 치며 붕어 송사리 잡던 앞내
감 가마니 차곡차곡 실은 소달구지
우걱우걱 건너던 삼거리 초소 아래 다리
뿔뿔이 흩어진 이웃들 못내 잊을 수 없어
물속에서 쑥보다 더 질긴 명줄 부여잡고
옛 풍치 고스란히 갈무리했구려
버들치 미꾸라지를 노리는 물총새
여울목 너럭바위 찾아 웅크리고 앉고
유유히 짝을 지어 나르는 왜가리
삶의 터전 되찾은 하이얀 날갯짓 한가롭고
여기저기에 서린 추억 아슴히 떠오르는데
부둥켜안고 목 놓아 부르고픈 이름들
망향비에 음각 되어 영겁의 그리움 낳는다.
* 노루목 청수 용평마을: 담양호 상류 수몰 된 마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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