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산/ 월정 강대실
저 높은 산 상상봉 멧부리
아스라한 벼랑 끝에, 덩그맣게
내 목마른 영혼 내려놓을 수 있다면
울컥울컥 피 울음 토악질해
그 서글픔 이 산 저 산에 저토록
영롱한 꽃등으로 피워 내걸고
나무처럼 계절 모른 기도로
칼바람 진눈개비, 의젓이 언 강 건너
주저 없이 사랑의 나래 펼치련만
돌아보면 볼수록 이제는
사랑도 미움도 그리움도 안개처럼 덧없고
기다란 그림자 찬란히 서러운 석양녘
타고 몽당비만큼 남은 여정이라도
가을빛 속 또 다른 영롱한 빛이 되어
절름절름 걸어서라도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