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한 도선생께 / 월정 강대실
두 발로 지구를 받치는 사람이라면
어느 누가 군침 삼키지 않을 수 있으리오
처마 밑 맛깔스레 익어 가는 곶감을 보고는.
유년의 아슴아슴한 기억 속 아버지 흉내 내
감 깎아 꿰어 즐빗이 매달아 놓고 보니
그 연출 하도 순수하고 예술 바로 그 자체라
이리저리 사진 찍어 자랑쳤지요
볕 좋고 바람 일고 중천에 달이 휘영청해
검붉고 달보드레하니 숙성해 가는데
감꼬치 곶감 빼 먹듯 한다는 말 되새기며
춘향이 한양 도령 기다리듯 완숙을 기다리지요
가을 나들이 나선 도선생 뜬금없는 선경에
솔깃이 도지는 곶감 서리의 추억 농막의 길손 되어
이마 앞 두고 보자니 마음이 혼미해졌겠지요
참으로 요상하고 감사한 도선생!
얼마나 끌끌하고 점잖으시면, 더도 아닌
꼭 두 꿰미만을 왼손에 쥐셨나요, 금줄을 친 듯
도선생, 진정일진대 염려 발끝에 내려놓아요
나는 은이요 이웃은 금임을 확신하오니
그리고, 두고 가신 건 몽땅 내 차지지만
선생의 하사품 인지라 두루두루 나누리다
혹여, 내년에도 풍광 따라 나선 길에
눈에 띄었다 하면 꼭 챙기셔요 몫, 스스럼없이
맛있게 드시고 내내 만안하셔서.
초2-813
2022. 11.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