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흰죽

월정月靜 강대실 2024. 6. 26. 21:56

(사진: 인터넷 이미지)

 

흰죽/월정 강대실

 

 

앞산 자락에 진달래꽃 피어나더니

하늘 노랗고 해 긴긴 봄날

시름시름 넘는 보릿고개 멀기만 한데

온 동네 소문난 어머니의 도진 가슴애피*

 

한 울타리 치고 사는 큰집 작은형

울 너머로 가만히 보낸 손사래

영문 모르고 지게 걸머지고 달려가면

 

바로 가서 쌀죽 끓여 드려라며

지게에 짊어 준 숨겼던 장작 한 아름에

손에 들려 준 멥쌀 한 됫박

 

누그름히 끓인 흰죽 잡수고

거뜬히 몸을 털고 일어나신 어머니.

흰 쌀을 보면 선뜻 떠오르는 그 옛날

아르르 가슴 저며 오는 추억 한 채.

 

*가슴애피가슴앓이의 방언

 

                                         2016. 1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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