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죽/월정 강대실
앞산 자락에 진달래꽃 피어나더니
하늘 노랗고 해 긴긴 봄날
시름시름 넘는 보릿고개 멀기만 한데
온 동네 소문난 어머니의 도진 가슴애피*
한 울타리 치고 사는 큰집 작은형
울 너머로 가만히 보낸 손사래
영문 모르고 지게 걸머지고 달려가면
바로 가서 쌀죽 끓여 드려라며
지게에 짊어 준 숨겼던 장작 한 아름에
손에 들려 준 멥쌀 한 됫박
누그름히 끓인 흰죽 잡수고
거뜬히 몸을 털고 일어나신 어머니.
흰 쌀을 보면 선뜻 떠오르는 그 옛날
아르르 가슴 저며 오는 추억 한 채.
*가슴애피: 가슴앓이의 방언
2016. 12.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