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송시. 읽는시

시와 낭송/무궁화로 떠난 님이시여, 시 김태근, 정서영

월정月靜 강대실 2024. 9. 7. 03:57

무궁화로 피어난 님이시여 --- 김태근

 

꽃이 피고 꽃이 져도 사시사철 그리운 님이시여

당신이 사무치게 그리워 파란 하늘을 바라봅니다

산천초목이 총소리에 흔들리고

만백성이 피 흘리며 억울하게 울부짖는 전쟁터에서

희뿌연 총탄 속으로 사라져버린 님이시여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어찌 당신을 잊을 수 있겠습니까

어둠속으로 사라져 버렸다고

어찌 당신을 잊을 수 있겠습니까

올해도 무궁화는 어김없이 피어나는데

당신은 당신은 어디에 계시는지요

 

부모형제를 위하여

내 이웃을 위하여

내 나라 내 조국을 위하여

이 세상 단 하나뿐인 목숨을 바치신 님이시여

거룩한 님이시여

 

파리하게 멍든 잎으로 돋아난 무궁화 잎사귀는

당신이 내쉬는 푸른 한숨인가요

고운 자태로 피어난 분홍빛 하얀빛 꽃잎은

당신이 흘린 피 눈물인가요

무궁화가 되어 피어난 님이시여

무궁화로 피어난 님이시여

송이송이 무궁화 꽃잎 꽃잎마다

그리움 안고서 피어난 님이시여

 

이제는 평화로운 조국의 이 땅에서

편안하게 잠드소서

차마 감지 못한 눈을 이제는 감으시고

부디 부디 편안하게 잠드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