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송시

시와 낭송/ 육탁, 시 배한봉, 고순복

월정月靜 강대실 2024. 9. 7. 03:40

 

육탁

새벽 어판장 어선에서 막 쏟아낸 고기들이 파닥파닥 바닥을 치고 있다.

육탁(肉鐸) 같다.

더 이상 칠 것 없어도 결코 치고 싶지 않은 생의 바닥

생애에서 제일 센 힘은 바닥을 칠 때 나온다.

나도 한때 바닥을 친 뒤 바닥보다 더 깊고 어둔 바닥을 만난 적이 있다.

육탁을 치는 힘으로 살지 못했다는 것을 바닥 치면서 알았다.

도다리 광어 우럭들도 바다가 다 제 세상이었던 때 있었을 것이다.

내가 무덤 속 같은 검은 비닐봉지의 입을 열자

고기 눈 속으로 어판장 알전구 빛이 심해처럼 캄캄하게 스며들었다.

아직도 바다 냄새 싱싱한,

공포 앞에서도 아니 죽어서도 닫을 수 없는 작고 둥근 창문

늘 열려 있어서 눈물 고일 시간도 없었으리라.

고이지 못한 그 시간들이 염분을 풀어 바닷물을 저토록 짜게 만들었으리라.

누군가를 오래 기다린 사람의 집 창문도 저렇게 늘 열려서 불빛을 흘릴 것이다.

지하도에서 역 대합실에서 칠 바닥도 없이 하얗게 소금에 절이는 악몽을 꾸다 잠 깬

그의 작고 둥근 창문도 소금보다 눈부신 그 불빛 그리워할 것이다.

집에 도착하면 캄캄한 방문을 열고

나보다 손에 들린 검은 비닐봉지부터 마중할 새끼들 같은, 새끼들 눈빛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