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하심

월정月靜 강대실 2024. 8. 19. 10:12

 
하심下心/월정 강대실

 

 

방울땀 까맣게 익어 가는 복분자 밭머리

느티나무 푸르른 그늘 멍석에 누워

바람도 흰 구름도 유정하자 손짓 보낸다

그냥 스쳐지나가다, 막무가내

길 가다 마음에 밟힐 성싶은 것 보면

먼눈에라도 띌까 무섭게 얼른 들쳐 메야 한다

곗술에 낯내는 내 비열을 나무라며

칠갑의 강에 下心을 던지는 바람 한줄기

내 일이 아니면 사돈의 팔촌을 보듯 한 생 더듬다  

낯이 뜨거워 뒷등 바위 바라기한다

이름 없는 골짜기 절로 피고 지는

그늘골무꽃 그리움이나 부르련다

어느덧 낯익은 이름과 얼굴 하얗게 지워지면

달 넘어오는 노루목 등 굽은 노송 아래

얼룩노루 사랑놀이 훔쳐 보이는

나직한 흙집 지어 조용히 살리라.

 

초2-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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