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심下心/월정 강대실
방울땀 까맣게 익어 가는 복분자 밭머리
느티나무 푸르른 그늘 멍석에 누워
바람도 흰 구름도 유정하자 손짓 보낸다
그냥 스쳐지나가다, 막무가내
길 가다 마음에 밟힐 성싶은 것 보면
먼눈에라도 띌까 무섭게 얼른 들쳐 메야 한다
곗술에 낯내는 내 비열을 나무라며
칠갑의 강에 下心을 던지는 바람 한줄기
내 일이 아니면 사돈의 팔촌을 보듯 한 생 더듬다
낯이 뜨거워 뒷등 바위 바라기한다
이름 없는 골짜기 절로 피고 지는
그늘골무꽃 그리움이나 부르련다
어느덧 낯익은 이름과 얼굴 하얗게 지워지면
달 넘어오는 노루목 등 굽은 노송 아래
얼룩노루 사랑놀이 훔쳐 보이는
나직한 흙집 지어 조용히 살리라.
초2-8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