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내림

월정月靜 강대실 2024. 8. 14. 11:09

(사진출처: 인터넷 이미지)

 
내림/ 월정 강대실
 
 

안 맵고 달짝지근해, 갖다 심어 봐! 

읍내 종묘 상회 주인 여자

안 매운 고추모라 권해 곧이듣고 심었다.

 

보리밥 얼음물에 꾹꾹 말아 

생된장 듬뿍 찍어 게걸스레 먹었던 기억

풋고추 올찬 거로 뚝뚝 한 주먹 딴다

 

확 콧속을 꿰뚫는 알알한 냄새

눈은 그깟 것 하고 손은 어비해

잡았다 놓았다, 씨와 씨모를 곰곰 생각한다

 

자고로 씨도둑은 못 한다는데

남 탓을 사서는 절대로 못쓴다며, 아버지 

자식들 밥상머리 교육을 단단히 하셨지

 

걸음질에서 묻어나는 냄새가 비위 상해

왼고개 젓는 사람 아직껏 못 보고

자꾸, 짬을 내 같이하자는 이도 있는데

 

오늘도, 들꽃 한 송이가 눈을 맞추려 해 

가슴이 두근두근하고  

먼산 바위를 쳐다보는 것조차 부끄럽다.

초2-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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