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검정 고무신

월정月靜 강대실 2024. 7. 30. 20:49

사진출처: 인터넷 이미지

검정 고무신 / 월정 강대실             


아버지 꼭꼭 아끼어 신어라며 사 주신,

옆볼이 찢어지면 촘촘히 꿰매어 신다

장날 나가서 땜장이한테 때워 신지요

 

어느새 닳아서 흙먼지 새들면

바닥 길이를 잰 짚풀 자 넣고 가셨다

깜빡 잊었다고 그냥 오셨다가도

다음 장날 발보다 큰 문수 사 오시지요

 

밖에 나가서는 혹여 잃을세라

한켠에 표나게 벗어 놓고 연신 눈을 주다

끝나기가 무섭게 후다닥 챙겨 들지요

 

어쩌다 남의 신이랑 바꿔서 돌아오면

내 먼저 알아챈 아버지 열화 같은 지천에

도선생 소 몰듯 서둘러 찾아 나서지요

 

신발 짝 벗어서 가재랑 다슬기 잡다

엉겁결에 손을 놓아 물살에 떠내려가면

허겁지겁 쫓다 물에 빠진 생쥐 되지요

 

마지막까지 가슴 설레게 하는

잘깡잘깡 헌 고무신 외는 엿장수 가위 소리

고마운 타이야표 검정 고무신

못 잊어 사 신고 폴짝대지요, 지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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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6.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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