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깨를 털다/ 월정 강대실
흙은 아무나 파먹고 사나!
아직도 참새 방앗간 찾는 눈치 보기,
참깨 베러 갔다가 아주 털어 왔다.
남이 장에 간다니까 씨오쟁이 지고 가듯
밭 윗머리에 참깨 몇 고랑 심어 놓고
낫 들고 나선 이웃 보고는 들로 나간다
웬걸, 주니가 났던지 잎은 벌써 떨구고
멀거니 들머리에 눈을 둔 녀석들
여태껏 어디다 딴눈 팔았냐는 듯
땅과 새와 벌레들과 나누고도
흘린 땀의 몫으론 너무나 감지덕지해
거두어 멍석에 널어놓고 나니
오달지고 천석꾼이 안 부러운데
고마운 아내, 언제 사다 놓았는지
수고 많았다며 막걸리 한 병 내온다.
2015. 10.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