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생가를 찾다

월정月靜 강대실 2024. 6. 17.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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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가를 찾다/월정 강대실

 

 

강담에 기대인 철문 밀치자

꽃초롱 밝혀 든 참깨

두엄자리에 나와 멀끔히 쳐다본다

주인 영감님 낮잠 자다 손짓하는

때 절은 마루턱에 엉거주춤 앉으면

발길 뜸한 마당 여기저기에서

돌부리 입을 삐쭉삐쭉 수군댄다

주춧돌에 붙들린 기둥뿌리 삭고

바람은 사방 간데 들쑤시고 다닌다

소복소복 꿈을 키우던 윗방엔

빛바랜 책상이 맥없이 앉아 있다

눈감고도 훤한 뒤꼍에 돌아가자

반질반질한 장독 온데간데없고

아픈 것들만 몇 쌜쭉 토라져 있다

웃자란 옥수숫대 헉헉거리며

골방 부엌간 허물어진 슬레이트 떠받고

서까래에 얹힌 흰 구름 무심하다

울안으로 기다란 팔 내밀고

홍시 떨구던 감나무 베어져 없고

자두나무랑 까치발 딛던 죽나무

우뚝이 갈맷빛 뽐낸다.

 

(2-21. 제2시집 먼 산자락 바람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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