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 묻은 김칫국물//손택수 점심으로 라면을 먹다 모처럼 만에 입은 흰 와이셔츠 가슴팍에 김칫국물이 묻었다 난처하게 그걸 잠시 들여다보고 있노라니 평소에 소원하던 사람이 꾸벅, 인사를 하고 간다 김칫국물을 보느라 숙인 고개를 인사로 알았던 모양 살다보면 김칫국물이 다 가슴을 들여다보게 하는구나 오만하게 곧추선 머리를 푹 숙이게 하는구나 사람이 좀 허술해 보이면 어떠냐 가끔은 민망한 김칫국물 한두 방울쯤 가슴에 슬쩍 묻혀나 볼 일이다. ㅡ 손택수 [출처] 가슴에 묻은 김칫국물|작성자 파크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