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여름날/월정 강대실
벗님네들 얼굴 한 번 볼 양으로
너릿재 새털같이 사뿐 넘었지요
술 익는 냄새 졸졸 쫓아가다, 농주
큰통 하나 실었지요 도갓집에서
주춧돌 놓일 날만 손을 꼽던 집터
계절이 엉클어져 한마당 잔치인데
느릅나무 그늘 멍석 깔고 둘러앉아
막 한 잔 타는 목 축이려는 참에
솔밭 건너 앞산이 훌쩍 아는 시늉해
어서 오라 손나발 해 옆자리 앉히고
건하게 들었지요 너나들이하면서
산들바람도 대취하여 따다바리고
어느덧, 설움에 겨운 해 서녘에 벌겋고
텃새들 시나브로 제 둥지로 모여들어
흥얼흥얼 어둑발 붙들고 넘었지요
어느 여름날 그 하루 햇살 좋은 날.
초-8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