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어느 여름날

월정月靜 강대실 2024. 9. 14. 17:34

 
 

어느 여름날/월정 강대실
 
                                       
벗님네들 얼굴 한 번 볼 양으로
너릿재 새털같이 사뿐 넘었지요  

술 익는 냄새 졸졸 쫓아가다, 농주
큰통 하나 실었지요 도갓집에서

주춧돌 놓일 날만 손을 꼽던 집터
계절이 엉클어져 한마당 잔치인데

느릅나무 그늘 멍석 깔고 둘러앉아
막 한 잔 타는 목 축이려는 참에

솔밭 건너 앞산이 훌쩍 아는 시늉해
어서 오라 손나발 해 옆자리 앉히고

건하게 들었지요 너나들이하면서
산들바람도 대취하여 따다바리고

어느덧, 설움에 겨운 해 서녘에 벌겋고 
텃새들 시나브로 제 둥지로 모여들어

흥얼흥얼 어둑발 붙들고 넘었지요
어느 여름날 그 하루 햇살 좋은 날.

 
초-864

'오늘의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안도 뱃길  (0) 2024.09.14
낙엽 인생  (0) 2024.09.14
어느 여름날2  (0) 2024.09.14
어느 여름날3  (2) 2024.09.14
그림자 찾는 노인장  (0) 2024.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