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송시

시와 낭송/벙어리의 연가,시 문병란

월정月靜 강대실 2024. 9. 7. 01:42

 

 

벙어리의 戀歌        

- 문병란

온 얼굴을 찡그려 보아도 

끝내 말이 되어 나오지 않고 

온 가슴을 쥐어짜 보아도 

끝내 노래가 되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손바닥 펴 보이듯 

내 가슴 당신 앞에 

환희 보여 줄 수 있을까? 

시월의 과수원 우으로 

조용히 떠오르는 달 

말이 없어도 

온 몸으로 말하는 

한 떨기 풀꽃이고져... 

어떻게 하면 

응혈지고 뒤틀린 가슴속에 

차곡차곡 쌓인  슬픔을 

실꾸리 풀 듯 

당신의 발아래 펼칠 수 있을까. 

한 송이 꽃으로 피워낼 수 없는 

맵고 독한 나의 눈물, 

바다처럼 출렁이지 못하는 

피아픈 나의 가슴을 열어 

안아도 안아도 안을 길 없는 임이여. 

온 누리 어둠만 에워싸는데 

나의 아씨는 

어디서 머리털 깍 이우고 

심한 구박 모진 매에 울고 있을까. 

나는 이 밤도 

온 몸으로 우는 벙어리 

조국은 슬픈 아씨의 운명인데 

온 가슴 쥐어짜 보아도 

온 얼굴 찡그려 보아도 

끝끝내 노래가 되지 않는다 

끝끝내 대답이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