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물내 나는 여자

월정月靜 강대실 2024. 6. 17.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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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내 나는 여자/월정 강대실

 

 

툭툭 털고 한번쯤은 나그네 되자던

휘영청 달 밝은 어느 밤의 약속 미뤄질수록

점점 마음보다 더 긴 하루하루

오늘도 첫새벽부터 종종걸음 치다

옆에 앉더니 스르르 잠에 빠진

짠한 눈빛으로 얼굴 한 겹 덮어 주다

망연히 창밖 먼 산 바라보면

만나고 헤어진 수많은 사람들 잔영 위로

연화처럼 봉긋이 피어오르는

천둥이 치면 버썩 겁이 나 문 걸어 잠그고

그저 꽃무늬 몸뻬 바지가 좋아 즐겨 입고

가난한 내 시 읽어 주다가는

어느덧, 눈에 핑 도는 눈물 애써 감추는

영락없이 숙맥 같은 아내,

내가 더 좋아하는 물내 나는 여자.

 

(4-72. 4시집 바람의 미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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