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봄날 엽서

월정月靜 강대실 2024. 3. 21.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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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인터넷 이미지)

 

봄날 엽서 / 월정 강대실

 

 

황사바람 훔친 하늘에 금살 넘실댑니다

구례 지리산 들머리 고향 마을 산수유

어느새 여울여울 꽃불 탑니다

그대여, 지금 내가 못 견뎌 하는 건

봄이 너무 좋아서가 아닙니다

무심히 흐르는 섬진강 탓도 아닙니다

그대 떠난 자리에 외로 나동그라진

차디찬 돌멩이여서가 아니고

사무치는 그리움 못 참아도 아닙니다

그대여, 내가 긴긴 봄밤 망연히 지새는 건

하 많은 바람의 싹 파릇이 못 틔워 내고

떨쳐 버리지도 못해서가 아닙니다

가슴을 쓸어안고 피다 스러지는

민둥제비꽃 어르는 봄비의 아픔이 아니고

거기 그냥 서 있는 산 갈마들어 보듬는

계절의 목마름은 정말로 아닙니다

그대여, 지금 내가 너무도 못 견뎌 하는 건

서천에 붉게 타는 저 노을의 아름다움

감히 그대는 까맣게 몰라서 입니다.

 

(2-38. 2시집 먼 산자락 바람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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