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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도(靑山道) - 박두진 -

월정月靜 강대실 2011. 3. 2.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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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도(靑山道)  -  박두진  -
                                             민근홍 언어마을      
                                              
산아, 우뚝 솟은 푸른 산아, 철철철 흐르듯 짙푸른 산아. 숱한 나무들, 무성히 무성히 우거진 산마루에, 금빛 기름진 햇살은 내려오고, 둥둥 산을 넘어, 흰구름 건넌 자리 씻기는 하늘. 사슴도 안 오고 바람도 안 불고, 넘엇 골 골짜기서 울어오는 뻐꾸기.

산아, 푸른 산아. 네 가슴 향기로운 풀밭에 엎드리면, 나는 가슴이 울어라. 흐르는 골짜기 스며드는 물소리에, 내사 줄줄줄 가슴이 울어라. 아득히 가버린 것 잊어 버린 하늘과, 아른 아른 오지 않는 보고 싶은 하늘에, 어쩌면 만나도 질 볼이 고운 사람이, 난 혼자 그리워라. 가슴으로 그리워라.

티끌부는 세상에도 벌레같은 세상에도 눈 맑은, 가슴 맑은, 보고지운 나의 사람. 달밤이나 새벽녘, 홀로 서서 눈물어릴 볼이 고운 나의 사람. 달 가고, 밤 가고, 눈물도 가고, 틔어 올 밝은 하늘 빛난 아침 이르면, 향기로운 이슬밭 푸른 언덕을, 총총총 달려도 와줄 볼이 고운 나의 사람.
  
푸른 산 한나절 구름은 가고, 골 넘어, 골 넘어, 뻐꾸기는 우는데, 눈에 어려 흘러가는 물결같은 사람 속, 아우성쳐 흘러가는 물결같은 사람 속에, 난 그리노라. 너만 그리노라. 혼자서 철도 없이 난 너만 그리노라.

                                                              - <해>(1949) -
    [개관정리]

◆ 성격 : 산문적, 상징적, 서경적
◆ 표현 : 자연의 생명력을 상징하는 시어와 비관적 현실에 대한 부정적 시어들의 대조
             의성어와 의태어의 구사, 반복되는 어구
             유장한 산문적 율조
◆ 중요 시어 및 시구풀이
    * 청산 → 아름답고 풍요로운 생명력의 표상
    * 우뚝 솟은 푸른 산, 철철철 흐르듯 짙푸른 산, 숱한 나무들 무성히 무성히 우거진 산마루
              → 푸른 색채로 강렬히 다가오는 푸른 산의 모습을 역동적으로 표현한 구절들
    * 금빛 기름진 햇살 → 생명력있는 건강한 햇살의 모습을 감각적으로 표현.
    * 사슴도 안 오고, 바람도 안 불고, 너멋 골 골짜기서 울어오는 뻐꾸기 → 비관적 현실인식의 한 단면
                                                                                                            임의 부재에서 오는 고독한 분위기
    * 2연 → 청산의 생명력과 함께 채워지지 않는 그리움을 제시해 줌.
    * 줄줄줄 → 물소리와 함께 눈물 흐르는 소리를 동시에 표현
    * 만나도질 → 만날지도 모르는
    * 볼이 고운 사람 → 비관적인 현실세계에서 찾을 수 없는 모든 것으로, 동경의 대상
                                 서정적 자아의 고독감을 유발하는 소재
                                 "무엇인가가 포괄적, 근원적인 면에서 민족과 인류를 구원할 수 있고, 현재와 미래를 평화롭게 이끌어 갈 수 있는 절대적이고 이상적인 존재"
    * 티끌부는 세상, 벌레같은 세상 → 혼탁하고 어두운 시대상황에 대한 비유적 표현
    * 달가고 밤가고 눈물가고 → 어둠의 세계가 지나가고
    * 틔어 올 밝은 하늘 빛난 아침 → 서정적 자아가 꿈꾸는 밝은 미래
    * 눈에 어려 흘러가는 물결같은 사람 속, 아우성 쳐 흘러가는 물결같은 사람 속 → 어지럽고 혼탁한 해방이후의 세계가 반영된 표현.
    * 철도 없이 → 혼란의 시대가 가고 평온한 시대가 언제 올지도 모르는 상황에서의 서정적 자아의 기다림
                          화자의 행동이나 기다림의 허망함이 엿보이는 구절
    * 너만 그리노라 → 동경의 확고한 의지가 나타남.
◆ 주제 ⇒ 청산에서 맑고 순수한 임을 애타게 그리워함.

    [시상의 흐름(짜임)]

◆ 1연 : 청산의 정경과 적막한 분위기
◆ 2연 : 청산에서 임을 애타게 그리워 함
◆ 3연 : 임에 대한 간절한 기다림
◆ 4연 : 혼탁한 세상속에서 임을 애타게 기다리는 심정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이 시의 화자는 청자인 '청산'에 자신의 간절한 염원을 호소하고 있다. 그 대상인 청산은 화자가 꿈꾸는 순수한 세계이지만, 한편으로는 고운 사람을 그리워하고 슬픔을 호소하는 대상이기도 하다. 여기서 자연을 통해 순수한 평화와 광명의 세계를 노래하던 시인의 현실 인식의 변화를 엿볼 수 있다. 이 시가 해방 직후 쓰여진 점을 감안할 때, 해방의 신선한 희망을 담았던 <해>의 세계를 대신한 <청산>의 세계는 해방의 혼란한 물결 속에서 티끌과 벌레가 들끓는 혼탁한 산으로 변해 버린 것이다. 그렇지만 화자는 '밝은 햇살'과 '맑고 고운 사람'의 미래를 믿으며 위안을 가진다.

   제1연은 이상적 공간으로서의 청산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생명력으로 가득한 산의 모습과 밝게 내리쬐는 햇살, 그리고 푸른 하늘, 고즈넉이 들려오는 뻐꾸리 울음소리, 이것들은 모두 서정적 자아가 추구하는 아름다운 세계의 표상이다. 특히 산은 정서의 객관적 상관물로 설정된 것이며, 그것을 통해 지고한 대상(볼이 고운 사람)에 대한 내적 지향 및 호소가 표출되고 있다.

   제2연은 신선한 생명력으로 가득한 청산 속에서 과거에 잃어 버린 순수한 사랑과 그 사랑의 대상인 임을 떠올리면서 가슴 아파하는 심경이 드러나고 있다. 그리고 다시 만나볼 수 있기를 간구하고 있다.

   제3연은 임에 대한 애타는 그리움의 표출로 감정의 고조를 보이고 있는 연이다. 티끌불고 벌레같은 세상에서 눈물짓고 있던 임에 대한 상념과 그리움을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눈물로 가득한 어두운 밤이 지나가고 밝은 하늘의 빛나는 아침이 되면 아름다운 청산으로 달려올 임을 애타게 그리고 있다.

   제4연은 자연과 인간의 대비 속에 오직 임만을 그리워하고 있는 시적 자아의 의지적 자세가 나타나 있다. 순수하고 아름다운 자연(청산), 그리고 아귀다툼하며 살아가는 인간세상, 이 상반된 질서 사이에서 자신을 구원해 줄 수 있는 '메시아'로서의 임을 영원히 기다리고 그리워할 것임을 다짐하고 있다.

 

 

[어휘풀이]

 * 청산 → 아름답고 풍요로운 생명력의 표상

 * 우뚝 솟은 푸른 산, 철철철 흐르듯 짙푸른 산, 숱한 나무들 무성히 무성히 우거진 산마루

 → 푸른 색채로 강렬히 다가오는 푸른 산의 모습을 역동적으로 표현한 구절들

    * 금빛 기름진 햇살 → 생명력있는 건강한 햇살의 모습을 감각적으로 표현.

    * 사슴도 안 오고, 바람도 안 불고, 너멋 골 골짜기서 울어오는 뻐꾸기 → 비관적 현실인식의 한 단면

                                                                                                            임의 부재에서 오는 고독한 분위기

    * 2연 → 청산의 생명력과 함께 채워지지 않는 그리움을 제시해 줌.

* 네 가슴 향기로운 풀밭 : 싱싱하기조차 한 짙푸른 산의 모습을 생명력 있게 표현

    * 줄줄줄 → 물소리와 함께 눈물 흐르는 소리를 동시에 표현

    * 만나도질 → 만날지도 모르는

    * 볼이 고운 사람 → 비관적인 현실세계에서 찾을 수 없는 모든 것으로, 동경의 대상

                                 서정적 자아의 고독감을 유발하는 소재

                                 "무엇인가가 포괄적, 근원적인 면에서 민족과 인류를 구원할 수 있고, 현재와 미래를

                                             평화롭게 이끌어 갈 수 있는 절대적이고 이상적인 존재"

    * 티끌부는 세상, 벌레같은 세상 → 혼탁하고 어두운 시대상황에 대한 비유적 표현

* 눈 맑은 가슴 맑은 : '맑은'으로 표현되는 순수하고 건강한 세계의 도래를 염두에 둠

    * 달가고 밤가고 눈물가고 → 어둠의 세계가 지나가고

    * 틔어 올 밝은 하늘 빛난 아침 → 서정적 자아가 꿈꾸는 밝은 미래

    * 눈에 어려 흘러가는 물결같은 사람 속, 아우성 쳐 흘러가는 물결같은 사람 속 → 어지럽고 혼탁한 해방이후

                   의 세계가 반영된 표현.

    * 철도 없이 → 혼란의 시대가 가고 평온한 시대가 언제 올지도 모르는 상황에서의 서정적 자아의 기다림

                          화자의 행동이나 기다림의 허망함이 엿보이는 구절

    * 너만 그리노라 → 동경의 확고한 의지가 나타남.

 

[시구풀이]

자연의 묘사산아 우뚝 솟은 - 씻기는 하늘: 깨끗하고 맑은 자연의 모습을 묘사한 부분이다. '철철철 흐르듯 짙푸른산'이라는 표현은 제재인 '청산'의 강렬한 푸른색을 역동적 이미지로 나타내고 있다. 또한 '흰구름 건넌 자리 씻기는 하늘'이라는 시구는 구름 한 점 없이 깨끗한 '하늘'을 의인화시켜 표현한 것이며, '산아'라는 호칭의 반복에서 나타나듯이 ' 산' 또한 의인화되어 나타난다. '금빛 기름진 햇살'은 햇살의 생명력 있고 건강한 모습을 감각적으로 나타낸 표현이다. 이와같이 이 시에 나타나는 자연은 깨끗하고 생명력 넘치는 모습으로 나타나며, 특기 ' 철철철 흐르듯'과 '흰구름 건넌 자리 씻기는'에 나타난 액체화된 이미지는 이와 같이 깨끗한 자연에 의해 모든 것이 깨끗이 씻기는 정화의 느낌을 준다.

소망의 표출산아,푸른 산아 - 가슴으로 그리워라: 이 부분에서 풀밭의 향기와 골짜기의 물소리, 깨끗한 하늘은 화자에게 아득한 그리움과 기다림의 감정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그것은 바로 이 자연과 같이 깨끗하고도 생명력 넘치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소망이며, 나아가 깨끗하고 순수한 세상이 오기를 바라는 소망이다.

티끌 부는 세상에도 - 고운 나의 사람: 부정과 비리가 가득한 불의한 세상에 대한 비판과 한탄, 멀지 않은 미래에 찾아올 깨끗하고 순수한 세상에 대한 기다림을 '나의 사람'에 대한 애정과 기다림을 통해 표현한 부분이다. '티끌부는 세상','벌레 같은 세상'은 온갖 더러움과 비겁함이 다득한 현재의 세상을 의미하며, '달밤이나 새벽녘' 또는 '달'과 '밤'은 그런 암담한 현실을 뜻하는 표현이다. 이와 대조되는 표현인 '티어 올 밝은 하늘 빝난 아침'은 반드시 오고야 말 깨끗한 세상을 가리킨다. '나의 사람'은 더러운 세상속에서도 맑고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으며, 암담한 현실에 눈물짓다가 그 어두운 시대가 가고 나면 달려와서 화자와 함께 기쁨을 나눌 사람으로 나타난다.

시대적 상황 암시눈에 어려 흘러가는 - 난 너만 그리노라: 맑고 순수한 사람을 찾을 수 없는 어지럽고 혼란스러운 세상에 대한 한탄과, 순수한 세상을 기다리는 끝없는 기다림의 자세를 표현한 부분이다. '눈에 어려 흘러가는 물결 같든 사람속'이나 '아우성쳐 흘러가는 물결 같은 사람속'은 해방 직후의 혼란스러운 세태를 탁류에 비유하여 나타낸 표현이다. 자신의 이와 같은 기다림을 철없는 것으로 짐짓 치부하는 표현에서, 이와 같은 기다림이 숩게 만남으로 이어질 것 같지 않은 현실을 짐작할 수 있다.

 

    시대: 1940

    어조: 간젏란 기다림과 그리움의 어조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성격 : 미래지향적,감각적,서경적,서정적
    제재 : 푸른산의 모습
    주제 : 깨끗한 세상이 오기를 바라는 소망과 기다림
    특징 : ①영탄법과 반복법에 의한 주제의 강조
                 ②유장하고 운치 있는 리듬
                 ③자연의 생성과 소멸의 원리를 인간사의 원리로 전이
                 ④가쁜 호흡과 어구의 반복을 통해 절절한 심정을 드러냄

                 ⑤음성 상징어와 묘사를 통해 선명한 심상을 제시함

                 ⑥자연물을 소재로 하여 의인적인 수법으로 정서를 표출함

 

박두진은 기독교적 색채가 두드러진 이상적 자연의 모습을 그리던 일제 말기의 경향에서 벗어나, 해방이후에는 현실에 대한 진지한 관심을 보여주는 시들을 발표했다.이 작품 역시 이와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시는 행 구분은 없고 연 구분만 있는 4연 구성의 산문시이다. 의성어와 의태어의 다양한 구사와 반복적 어구를 통해 형성된 유장하면서도 운치 있는 산문 율조 속에는 자연의 생명력을 표상하는 시어들과 비관적 현실 인식을 드러내는 부정적 어사의 시어들이 대조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박두진의 초기시들은 일반적으로 부정적이고 비관적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면서도 그에 좌절하지 않고 시인 특유의 미래 지향적인 낙원 회복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 주는 특징을 갖는다. 이 작품 역시 그러한 특징을 시어 사용에서부터 잘 보여 주고 있다. 즉, '안 오고'·'안 불고'·'가버린'·'잊어버린'·'오지 않는' 등의 부정적 의미의 시어들이 빈번히 나타나 있는 한편, 시간적 배경도 '밤'·'어둠'으로 설정되어 있다. 그러면서도 자연의 생명력이 강하게 분출됨으로써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현실 상황을 상대적으로 상쇄시키는 기능을 갖는다. 결국 '청산'에서 발견한 소멸과 생성으로서의 자연의 원리를 상실과 회복으로서의 역사, 인간사의 원리로 승화시킴으로써 비관적 현실 인식을 극복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화자는 소멸과 생성의 주기적 순환으로 인해 영원한 생명력을 지니는 '청산'을 통해, 현실은 비록 '어둠', '밤'과 같이 비관적이지만, 그것은 일시적 현상일 뿐, 머지않아 '밝은 하늘 빛난 아침'이 찾아올 것이라는 미래 지향적 태도를 갖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시는 소멸과 생성으로서의 자연의 원리를 표층 구조로, 상실과 회복으로서의 역사의 원리를 심층 구조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연에서는 주로 '청산'의 생명력을 보여 주고 있다. '우뚝 솟은 푸른 산', '철철철 흐르듯 짙푸른 산', '숱한 나무가 무성히 우거진 산', '금빛 햇살이 내려오는 산'에서 드러나듯 '청산'은 풍요롭고 아름다운 생명력의 표상으로 제시된다. 이렇듯 자연은 소멸과 생성의 주기적 순환의 과정을 통해 영원한 생명력을 의미하게 된다. '철철철'은 산의 푸르름을 드러내는 표면적 의미 외에 나무의 무성함, 금빛 햇살의 순수함까지도 함축하는 복합적 의미이며, '둥둥'은 구름의 움직임을 보여 주는 한편, 산과 화자를 연결시켜 정중동(靜中動)의 술렁임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사슴도 안 오고 바람도 안 불고, 너멋골 골짜기서 울어오는 뻐꾸기'와 같은 구절을 통해 비관적 현실의 일단을 나타내기도 한다.
2연에서는 이러한 비관적 현실 인식이 더욱 심화되어 나타난다. 그것은 바로 '아득히 가버린 것 잊어버린 하늘과, 아른아른 오지 않는 보고 싶은 하늘에, 어쩌면 만나도질 볼이 고운 사람이, 난 혼자 그리워라. 가슴으로 그리워라.'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청산의 생명력보다는 채워지지 않는 그리움이 제시된다. 화자가 그리워하는 대상은 '잊어버린 하늘'과 '볼이 고운 사람'으로, 비관적인 현실 세계에서 찾을 수 없는 모든 것이 동경의 대상이 됨을 알 수 있다. '줄줄줄'은 눈물과 물소리에서 비롯된 의태어로 산의 가슴과 화자의 가슴을 동일화시키는 기능을 갖는다.
3연에서는 비관적 현실을 극복하려는 미래 지향적 태도가 제시된다. '티끌 부는 세상에도, 벌레 같은 세상에도'에서 알 수 있듯 현실은 비관적이지만, 화자는 '달 가고, 밤 가고, 눈물도 가고, 틔어 올 밝은 하늘 빛난 아침'이 오듯, 그가 그리워하는 대상은 '향기로운 이슬밭 푸른 언덕을, 총총총 달려도 와 줄' 것이라 믿고 있다. 이렇게 화자는 청산에서 발견한 생성과 소멸의 원리를 인간사, 역사에서의 상실과 회복의 원리로 승화시킴으로써 비관적 현실을 극복하고 있다.
4연에서는 '너'에 대한 동경의 마음을 잃지 않겠다는 의지가 표명되고 있다. '눈에 어려 흘러가는 물결 같은 사람 속, 아우성쳐 흘러가는 물결 같은 사람 속'에서 '혼자서 철도 없이' '너'만 그리겠다는 동경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 주고 있다.

 

1연 : 햇살 기름진 짙푸른 청산에 흰구름 둥둥 떠간다. 그러나 그렇게 바라던 사슴도 바람도 찾아오지 않고 산너머 골짜기에서 뻐꾸기소리만 들려온다
2연 : 향기로운 산의 가슴에 파묻히면, 나는 이미 잊어버린 하늘과 볼이 고운 사람이 그립다
3연 : 티끌이 불고 벌레같은 세상에서도 나의 사람은 눈맑고 가슴이 맑은 사람이다. 그 사람은 또한 눈물의 시절이 가고 밝은 하늘이 빛나는 아침이면 나에게 달려올 것이다.
4연 : 청산 속에서의 한나절 뻐꾸기도 울지만, 아우성쳐 흘러가는 물결같은 사람 속에 나는 철없이, 보고 싶은 사람, 너만을 그리워한다.

 

 청산도의 '화자:청자'의 구조
이 시에서 '화자:청자'의 관계는 '화자:청자'의 구도에서 '화자:그리운 사람'의 구도로 변하고 있다. 이러한 특징은 시인이 추구하는 '해'의 세계, 즉 조국 광복에 대한 열망이라는 해석의 관점에서 보면 순수 평화와 소망만을 염원하던 해방 전과는 다른 해방후의 상황 변화에서 유래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박두진의 시 세계와 문학사적 의의

'해'와 '꽃'이 상징하는 생명감의 약동과 충일성의 세계는 식민지 시대의 고통과 공허를 겪고 있는 1940년대의 한국 현대시단에 커다란 정신적 활력을 불어넣었다. 지칠 줄 모르는 이상향에 대한 그의 추구는 새 세계에 대한 신념과 동경, 조국의 광복, 종교적 신념이라는 이념적 실체와 결합됨으로써 어두운시댈를 살아가고 있는 존재론적 초월의 방법을 예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시들은 1930ㄴㄴ대의 시문학파나 모더니즘이 지니는 한계를 극복으로 자연을 제시함으로써 제각기 개성있는 정서와 순수한 시 정신에 의해 한국 현대시의 깊이 있는 토대를 마련해 준청록파의 공적을 세삼 확인하게 해 준다. 섬세하고 투명한 서정 혹은 고나조의 태도로 자연을 노래한 두 시인과는 달리 박두진의 시적 인식이 지니는 시사적 의의는 자연의 인식에서 보여주는 생명적 이미지, 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능동적 상상력, 한국어가 갖는 소리의 다양성과 리듬에 대한 효과, 그리고 시를 시대나 종교, 윤리와 동일한 것으로 꿰뚫는 시 정신의 다면적인 추구에 있다.

또한 시어의 특이한 구사와 더불어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반복의 유형에 의한 리듬의 되울리는 효과 모음과자음의 유포니, 의성어와 의태어가 문장 속에서 조응하는 이중적 기능은 한국어가 지니는 소리의 표현력 내지 운율학 연구의 풍부한 가능성을 보여 주고 있다.

출처 : http://ahg21.com.ne.kr/청산도(박두진).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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