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874

못 잊을 사랑

못 잊을 사랑 / 월정 강대실 눈길 걷다가 작달비 생각난다고 어깨 들썩이던 사람아 강 속 덩그런 달 너무 곱다고 울먹이며 전활 주던 못 잊을 여자야 잊었느냐 그 약속, 어느 날 앞산 곰바위가 벌떡 일어나 세상 그리움 죄다 쓸어 간대도 우리들 사랑 변치 말자던 오늘도 고향 동구 밖 선돌로 서서 그리움 꽃밭 가꾸다 이우는 꽃잎 서럽고 떠나보낸 빈 가슴 바람처럼 차가운데 여자야, 못 잊을 내 사랑아! 이 봄 청매실밭 에두른 언덕배기 놀빛 젖은 찔레 향 그윽하여 이토록 네가 그리운 게냐?

오늘의 시 2014.04.28

귀향歸鄕

귀향歸鄕/월정 강대실 하늘 노랗고 해 긴긴 춘삼월 앞산보다 더 높은 보릿고개 허리띠 졸라매기 진절머리 난다며 열여섯에 어린 동생 업고 이삿짐 보퉁이 짊어진 어머니 따라 말만 들은 서울행 기차 탄 쌀순씨. 한강물 풀리면 꽃소식 물어오고 향수가 모닥불 타면 바람 타고 와 돌나물 쑥국 향에 객수 씻던. 해 기울기 전에 객짓밥 청산하고 부르는 손짓 빤히 보일 만한 데다 조붓한 처소라도 한 칸 내겠다더니 청댓잎 서걱이는 소리 잇는 담양호 상류 복리암 언덕배기에 제비 집같이 아담한 둥지 마련 사십오 년 망향의 설움 접고 홑몸 귀향 날, 산천이 앞서 반겼다. 산도 물도 설고 낯까지 서러웠건만 어느새 격이 없어 일촌이 다 사촌 두루두루 쌓은 도타운 정리 꽃 보고 텃밭 갈고 운동 챙기고…… 잃은 반생애 되찾아 산다.

오늘의 시 2013.12.15

하늘길

하늘길 / 월정 강대실 마당귀 모과나무 할 일 없이 그냥 우두커니 먼 산 바라보는 줄 알았습니다. 때가 되면 늘 그랬듯 잎과 꽃 피우고 열매 매다는 줄로 알았습니다. 지명知命 고갯마루 턱 훌쩍 올라앉아 조용히 뒤 돌아보다 알았습니다. 삼시선三時禪으로 빛과 어둠 비와 바람 견디며 잎도 꽃도 열매도 맺고 동안거 하안거 마음공부 하여 날마다 조금씩 조금씩 하늘길 오르고 있었습니다.

오늘의 시 2013.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