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덕산할매

월정月靜 강대실 2022. 9. 30.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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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산할매 / 월정 강대실

                     

도졌다 또 그 기, 덕산할매!

                      

으슥한 고샅 싸늘한 냉기

자뿌룩한 사립짝 앞 댓 발짝 나와 서서

부담을 한다

                      

아까워 안 해먹고 둔 고지말랭이

어느 오그라질 놈의 손이 싸그리 가져갔다고

얼른 내놓아라고

                      

……

                      

먼 산 바라 넋을 놓고 울부짖는

                      

이사 든 집 부끄럽다던 이웃들

언제부턴가 두 귀 마주 뚫려 흘리고

자식들 민망의 귀는 멀어서 못 듣고

                      

기둥이 쓰러지고 새끼들 품을 떠나고

저물어 어둠길 나앉아 혼밥하다가

얼마나 쓰디쓴 꼴 봤기에

                      

먼 길 달려온 해 눈자위 붉고

울 밑 물끄럼말끄럼 제비꽃 푸념한다

어젯밤 깜빡, 약을 빠뜨린 게 맞다고

                      

저린 배추처럼 진이 빠진 할매

비척비척 지팡이가 손잡고 마당에 들고

중환자 병실처럼 쓸쓸한 뒷고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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