善德女王의 말씀
- 서정주
朕의 무덤은 푸른 嶺 위의 欲界 第二天.
피 예 있으니, 피 예 있으니, 어쩔 수 없이
구름 엉기고, 비 터잡는 데 ― 그런 하늘 속.
피 예 있으니, 피 예 있으니,
너무들 인색치 말고
있는 사람은 病弱者한테 柴糧도 더러 노느고
홀어미 홀아비들도 더러 찾아 위로코,
瞻星臺 위엔 瞻星臺 위엔 그중 실한 사내를 놔라.
살[肉體]의 일로써 살의 일로써 미친 사내에게는
살 닿는 것 중 그중 빛나는 黃金 팔찌를 그 가슴 위에,
그래도 그 어지러운 불이 다 스러지지 않거든
다스리는 노래는 바다 넘어서 하늘 끝까지.
하지만 사랑이거든
그것이 참말로 사랑이거든
서라벌 千年의 知慧가 가꾼 國法보다도 國法의 불보다도
늘 항상 더 타고 있거라.
朕의 무덤은 푸른 嶺 위의 欲界 第二天.
피 예 있으니, 피 예 있으니, 어쩔 수 없이
구름 엉기고, 비 터잡는 데 ― 그런 하늘 속.
내 못 떠난다.
* 원주: 선덕여왕은 지귀(志鬼)라는 자의 여왕에 대한 짝사랑을 위로해, 그 누워 자는 데 가까이 가, 가슴에 그의 팔찌를 벗어 놓은 일이 있다.
* 『수이전(殊異傳)』에 있었다고(이 책이 실전되었으므로) 전해지는 이야기입니다.
사진은 영화 <반지의 제왕-반지 원정대> 중에서 갈라드리엘 마님.
[출처] 선덕여왕의 말씀 - 서정주 (사진有)|작성자 달걀버섯
시. 1960년에 출간한 시집 《신라초(新羅抄)》에 수록되어 있으나 1950년대 후반기에 발표된, 그의 신라체험의 대표적이다. 이 시는 선덕여왕에 대한 천민 지귀(志鬼)의 짝사랑 설화를 채용해서 선덕여왕의 아미타(阿彌陀)사상을 격조있는 정감으로 유로시키고 있다. 여왕을 짝사랑하다가 잠든 지귀의 가슴 위에 여왕이 손수 팔찌를 빼놓는다는 신라적 로만스에 현세를 곧 극락으로 확신하는 신라불교를 통해서 사후(死後) 욕계(欲界)에 태어난다는 겸손한 여왕의 내세관(來世觀)이 어울려서 괄목할 만한 신라정신을 발휘시키고 있다. 「피」 「살」 따위의 짙은 육감이 국법(國法)을 초월한 사랑을 가지고 자연계의 「구름」이 엉기고 「비」가 터를 잡는 범신론적 교감과 대응하여 시의 율동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신라정신은 《신라초》에서 여러 형태로 나타나며, 전후문학이 저항을 일삼을 때에도 동요없이 그의 사상을 형성시켰다. 그의 시작(詩作)을 위한 기본자료로서 《삼국유사》 등의 고전이 있지만 그것들을 새롭게 육화(肉化)시키는 그의 선천적인 기교의 절묘함은 그의 위대성에게 기인한다. 그는 이런 신라정신을 완료한 뒤 그의 불교적 영생주의로 발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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