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시(시화.문예지)

광주문학

월정月靜 강대실 2023. 1. 1. 17:29
728x90

1. 발표 문예지 : 광주문학

                     105호 2022 겨울

 

2. 발행 일자: 2022년 12월 30일 발행

 

나눔의 행복

반백 년 부초같이 흐느적거렸던 불초

향촌 아래뜸에 구년묵이 세간 부쳐 놓고

속죄의 삽질로 묵은밭 일으켜 심었지요

감 대추랑 배 매실 사과...... 빼곡히

 

몸에 안 배어 가다가는 각다분하기도 하고

종심의 여기저기에 적신호 욱신욱신해도

신 새벽 흙내 맡으면 불끈 힘이 넘치는 오뚝이

하루가 멀다고 발자국 소리 내지요

 

감나무 시득부득 노름한 꽃 진 자리에

가지가 휘도록 주먹감 흔전만전 매달고

갈바람에 취해 단맛 빨갛게 들이지요

 

맏물은 원매 기다린 지인들게 보내고

원근처 사양지심의 정인들 챙기고 나면

내 차지는 이내 비뚤고 새들이 쪼아 댄 거에다

더 못 나누어 섭섭한 이웃들이지요

 

하지만, 유년 적 동지죽 먹으면 싣고 나갈

토방 위 쟁여진 나락가마니 들쳐 메 보이며

싱글벙글하던 박 씨처럼 행복 넘실하지요.

 

 

설산雪山

 

세밑가지 설한을 뚫고 산문 연다

키 큰 나무들 옷 벗어 어린나무 덮어 주고는

눈 짐을 지고 동안거하는 중이다

 

네발로 기어가다 유목 내민 손 잡다

산정은 아득한데 숨이 앞장서서 턱에 올라

노송과 서로 등을 맞대고 앉아 숨 고른다

 

선뜻, 한 번쯤 누군가 흘린 눈물 강에

덤벙 뛰어들어 보듬고 허덕여 봤더냐

선문답이라도 하듯이 던진다

 

내달아 팔소매를 걷어붙이기보다는

먼눈으로 바라보다 야기죽거리기도 했던

내 반생 스스럼없이 털어놓자

 

바윗등에서 고개를 삐쭉 엿듣다

같이 갔으면 더 쉽고 멀리 갈 수도 있었다며

귓전에 슬쩍 흘리고 줄행랑친 바람 한 점

 

후끈 달아오르는 낯짝 입술 감쳐물고

바람 발자국 엉금엉금 쫓으며

내 안의 내 속 깊이 다진다, 나를 죽이라.

 

 

 

강대실

1996韓國詩등단. 시집바람의 미아들3권.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세상 눈뜨기수록.

 

 

 

'발표시(시화.문예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해기도-교보생명  (0) 2023.01.03
담양신협 20년사 축시  (2) 2023.01.03
서은문학  (4) 2023.01.01
충장문학 시화전  (0) 2022.10.15
광주문협  (0) 2022.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