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내가 읽은 좋은 시

내가 만난 이중섭(李仲燮)

월정月靜 강대실 2006. 12. 14. 13:17
내가 만난 이중섭(李仲燮) - 김춘수 최종수정 : 0000-00-00 00:00:00  


내가 만난 이중섭(李仲燮)

                           김춘수


광복동(光復洞)에서 만난 이중섭(李仲燮)은
머리에 바다를 이고 있었다.
동경(東京)에서 아내가 온다고
바다보다도 진한 빛깔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눈을 씻고 보아도
길 위에
발자욱이 보이지 않았다.
한참 뒤에 나는 또
남포동(南浦洞) 어느 찻집에서
이중섭(李仲燮)을 보았다.
바다가 잘 보이는 창가에 앉아
진한 어둠이 깔린 바다를
그는 한 뼘 한 뼘 지우고 있었다.
동경(東京)에서 아내는 오지 않는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