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문예
1. 현대문예 2025 일이월호 136호
2. 발행일 2025. 2. 25.
3. 발행인: 황하택
4.발표시: 귀동 어르신 미움
5. 원고
귀동 어르신
후유! 후유! 한 마름 고개티 헐떡이며 넘어서더니
가끔씩 이는 훈풍에 꼬순내 묻어오는데
처마 끝 시무룩한 낮달 따라 훌쩍 떠나신시래기죽도 못 먹어 하늘 누우런 보릿고개
사립 앞 고샅에 잇따른, 앞도랑에서 벌컥벌컥
맹물 바가지로 허기를 달랜 발길들이며
뒷들 동구 밖 천둥지기 자갈밭 갈다 새우등 된
북실이 엄씨 지실 댁 종수 어멈...
발걸음 쫓는 개 짖는 소리 맨발로 따라 나가
고래고래 불러 세워 부뚜막 앞 들앉혀 놓고
후딱 먹어, 바쁜게 후딱 먹어!
된장국에 밥덩이 꾹꾹 만 양푼 디밀고는
속살 드러내는 남루 입던 옷 찾아 입히시던
보내고는 쩟 혀를 차며 한동안 말을 잃은 어르신
주머니 없는 삼베옷에 빈손으로 떠났으니
못 나누어 얼마나 애가 타는지 몰라, 지금은.
미움
마음의 뜨락에
가시나무 키우는 일입니다
온통 들어내 살라 버리지 않으면
서슬 퍼런 청룡도 됩니다
구중 깊디깊은 데 도사리고 있다
불이 일 듯 순식간에 되살아나
여지없이 찌르고 헤집어댑니다
끝내는, 개맹이가 풀려서
시도 때도 없이 도지고
산이 뒤집히고 하늘이 빙빙 돕니다
아무에게나 찌그렁이 붙거나
스스로를 태질하여 몸을 잡치고
냅다, 천야만야 무저갱에 떨어져서
남세를 사게 합니다.
약력
월간 《韓國詩》 등단(1996년)
고등학교 국어교과서 「세상 눈뜨기」 수록
무등문학회 회원
시집 『바람의 미아들』 외 3권
주소: 전남 담양군 담양읍 태왕3로 50, 207동 1202호
(담빛리, 양우내안애퍼스트힐 2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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