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내가 읽은 좋은 시/2)시인의 대표시

13. 양광모 시/12. 겨울 편지

월정月靜 강대실 2025. 3. 16. 15:27

겨울 편지

양광모

부탁이 있다
첫눈처럼 찾아와 다오
그리움으로 몆 번이고 하늘 바라볼 때
문득 내 가슴에 살포시 내려 앉아다오

부탁이 있다
첫눈처럼은 오지 말아 다오
닿자마자 흔적도 없이 사라져
찾아온 듯 아닌 듯 애태우지는 말아다오

부탁이 있다
첫눈처럼도 아닌 척 찾아와 다오
내 일찌기 한 번도 본 적 없는 큰 눈으로
무섭게 무섭게 폭설로 쏟아져 다오

부탁이 있다
첫눈처럼이 아니라도 찾아와 다오
봄날에야 내리는 마지막 눈발처럼이라도
한 번은 약속이었다는 듯이 내 가슴에 다녀가 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