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내가 읽은 좋은 시/2)시인의 대표시

16. 김남조 시/5. 눈 오는 날

월정月靜 강대실 2025. 1. 27. 14:43

눈오는 날 -설 일 (雪 日) -김 남 조-

겨울 나무와 바람 머리채 긴 바람들이 투명한 빨래처럼

진종일 가지 끝에 걸려 나무도 바람도 혼자가 아닌 게 된다 -혼자는 아니다

누구도 혼자는 아니다 -나도 아니다 -실상 하늘 아래 외톨이로 서 보는 날도

하늘만은 함께 있어 주지 않던가 -삶은 언제나 은총(恩寵)의 돌층계의 어디쯤이다

사랑도 매인 섭리(攝理)의 자갈밭의 어디쯤이다 -이적진 말로써 풀던 마음 말없이 삭이고

얼마 더 너그러워져서 이 생명을 살자 -황송한 축연이라 알고 한 세상을 누리자

새해 눈시울이 순수의 얼음꽃 -승천한 눈물들이 -다시 땅위에 떨구는 백설을 담고 온다.